열흘 연휴는 길지않다
10. 1 일 강화도
10. 2 월 쉬고
10. 3 화 청태산
10. 4 수 추스리고
10. 5 목 강촌 당림리
강화도 너른 벌판은 처음 봤을 때 충격이었다. 태어난 시골도 나름 넓은 들판이 앞에 있었지만, 산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그림은 결혼하고 나서 김제 평야를 본 이후 두번째였다. 섬은 작다라는 편견을 갖고 들어간 곳은 섬이 아니라 그냥 육지였고, 비옥한 들판이 지평선이 보일 것처럼 너른 땅이었다.
강화도 깊숙히 들어갔다 나오는 길에 비가 그치면서 한결 여유있게 복귀라이딩을 하지만,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이어지는 펑크에 자꾸 지체되면서 방화대교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져서 배 속은 저녁을 집어넣어라고 아우성이다. 긴 여휴에 이틀 연속 라이딩한 몸도 쉬어갈 겸 무장해제하고 술을 마시고 복귀한다.
10.3
하루 쉬고, 청태산으로 가는 길은 도마뱀 님의 차량을 이용해 편안히 이동한다. 여유를 부린 덕분에 라이딩은 11시가 다 되어서야 시작된다. 임도로 들어서니 맞은편 봉우리는 염색을 시작하고 있다. 단풍이 예년보다 늦을거라는데 글쎄, 여긴 단풍이 금방 올 것 같다. 면온으로 내려오니 예상처럼 식당들이 많이들 쉰다. 원래 가려던 집은 아예 폐업까지.
청태산휴양림으로 들어와서 둔내자연휴양림까지 가려던 계획은 늦어진 시간때문에 포기한다. 둔내를 거치지 않고 도로로 내려오니 다행히 어두워지기 전에 차를 세워둔 횡성휴게소로 복귀한다.
버스로 이동할 때는 맞은편 휴게소에서 탑승하니 편했는데, 자차로 오게되니 둔내IC까지 가서 고속도로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수고를 해야 한다. 자차로 이동할려면 둔내IC 근처에 주차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이전에 했었는데, 잊어버리고 있다가 이때에야 떠오르니 쓸모 없는 뒷북이다.
10.5
강촌랠리코스를 역방향으로 돌까, 정방향으로 돌까 하다가 날씨가 좋아서 당림리로 간다. 당림1리로 들어가는게 원래 계획인데 당림2리에서 진입하게 되었지만, 지도를 보니 이어지는 길이어서 그냥 올라가 본다. 새로운 길은 긴장과 흥분을 주니 더 좋다. 길림길에서 석파령 너미길이라는 이정표를 만나고 보니, 당림1리에서 올라왔을 때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가는 석파령길인 모양이다. 이어지는 익숙한 길은 쉼 없이 달려 채종원 앞에 도착한다. 아담하게 키운 잣나무 군락지, 이어지는 낙엽송까지 이 곳은 언제와도 좋다.
소너미고개로 넘지 않고 덕두원길을 내려와 의암호를 돌아 남춘천 방향으로 동편 데크길을 한바퀴 돌아 나온다. 일전에는 도로를 따라 낙타등을 몇 개를 넘어서 힘겹게 다닌 곳인데, 의암호를 따라 데크길이 이어지니 편안하게 쉬면서 달리는 여유가 생긴다. 알쓸신잡에 나온 덕분에 익숙해진 이티오피아 벳에서 맛도 제대로 못 느끼는 커피를 한 잔 하기 위해 30여 분 이상을 기다리면서 눈치 보지 않고 푹 쉴 수 있는 것은 방송 효과의 덤이다.
10.8
로드바이크를 타 보기로 한다. 남한산성을 서울 방향에서 오르니 차들이 많다. 터널 앞에서는 급기야 차들이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아예 멈춰 선다. 분원리로 가는 길에 남한산성의 여파가 있어 전망대에서 싸지 않은 푸드트럭 커피로 체력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항금리로 들어가 마트에서 끓여주는 라면과 공기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성덕리로 고개 하나를 넘어서 양평으로 나온다. 이때까지의 맞바람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며 전철 점프를 포기하고 뒷바람에 몸을 맡기려는데 느낌은 맞바람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맞바람이든 뒷바람이든 힘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10.9
편하게 한바퀴 돌자고 나선 길인데, 쉽지만은 않다. 어제의 여독이 남은 듯.
안산 방향으로 가는 길은 목감천 자전거도로 이후가 항상 낯설더니 이제는 조금 눈에 들어 온다.
안산갈대습지공원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반월들로 이어지는 XC 코스를 따라 움직이니 시골스러운 정취에 피로감 없이 반월호수까지 복귀하게 된다.
수리산 C 코스 이후 갈치저수지 옆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고개를 돌아 올라가 D 코스로 넘어온다. 대부분의 일행은 다시 신정교로 돌아가면서 학의천 분기점에서 헤어져 과천, 남태령으로 넘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