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03 비를 핑계로 하트코스 크게 돌면서 고개 넘기
아침 시간까지 비가 오더니 바닥이 쉽게 마르지 않는다.
오랫동안 내렸기에 일찌감치 로드바이크 타는 건 포기하고 MTB를 타야겠다 싶었지만, 산도 젖어 있을테니 갈 곳이 마땅찮다.
평소 만만하게 가는 곳인 삼막사부터 시작해서 하오고개, 남태령 옛길을 넘으면 되겠다 싶다.
토요일 김제에서 올라오는 중에 AAA 님이 어디 갈 건지 계획이 없냐는 문자가 왔길래 고민 중이라고 했는데, 집에 와서 텔레그램으로 이 길을 알려주니, 본인은 로드바이크로 춘천 가는 길에 따라 나서겠단다.
아침에 일어나도 비가 그치지 않지만, 일기예보는 오전에는 그친다고 하니 느즈막히 10시부터 라이딩하면 되겠다 싶어 자출사에 번개 공지를 올린다. 평소 공지을 올리는 기준인 '삼막사/도선사 무정차' 도전하기로 이름 짓고...
처음 보는 닉도 참석 의사를 표시하고, 오랜만에 용가리 님, 빠투루 님도 같이 하겠단다.
어제 AAA 님한테 물에 젖은 모래가 자전거에 달라붙으면서 림에도 튀어 브레이킹하면 림 코팅 벗겨질거라고 MTB 타고 가랬더니 고민이었던 모양이다. 문자로 여기에 합류하겠단다.
10시 동작대교 남단 수난구조대 앞에서 빠투루 님, AAA 님 합류까지는 좋았는데, 여의도 샛강 코스에서 빠투루 님 자전거 뒷 타이어에서 펑크가 난다. 간밤의 비에 쓸려내려온 쇠붙이가 타이어에 제대로 붙어 있다.
지체된 시간을 만회할 겸, 로드바이크 못지 않은 속도로 달려보지만 기본 거리가 있다보니 용가리 님 만날 신정교까지도 만만찮다. 게다가 오른쪽 콘택트렌즈가 떨어져서 수돗가에서 다시 끼웠는데 또 떨어져서 이번에는 사라져 버렸다.
새 멤버를 위해 시흥대교까지 열심히 달려보았으나 시간은 합류 예정시간인 10:50을 훨씬 지나 이미 11:30을 넘기고 있다. 기다리고 있었다면 오히려 미안했을 정도이니 자리에 없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되는건가?
제대로 쉬어 주고 다시 출발할려니 AAA 님이 오른쪽 무릎 부근 근육통이 났단다. 들어보니 인대 쪽은 아닌거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이전처럼 속도를 내니 뒤로 쳐저 보이질 않으니, 속도를 많이 줄여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삼막사 들어가기 위해 안양천을 벗어난 후, 삼성초등학교 옆 수퍼마켓에서 보급 및 영양 보충을 하고, 이제 삼막사로 오른다.
빠투루 님은 일찌감치 올라가고, 용가리 님과 둘이서 AAA 님이 중간에 포기 못하게 앞뒤로 감시(?)하면서 무사히 통신탑 입구까지 무정차를 완료한다.
내려와 경인교대 초입의 음식점 밀집구역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안양천으로 다시 돌아 온다. 여기서 용가리 님은 집으로 복귀하고, 세 명은 하오고개를 향해 나간다.
하오고개 가지 전 원터골 하우현성당 주변의 마을길은 이번이 처음인데, 예상했던 대로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을길처럼 좋은 길이다.
하오고개로 올라오니 이 곳의 남북이라 불리는 이름에 맞게 자전거가 많다. 운중로를 따라 판교까지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자전거도로 정비상태가 이전보다 더 좋아져서 정원길을 달리는 것처럼 아늑하다.
탄천을 만난 시간은 종료 예상시간 4시보다 한참이나 늦은 5시이니, 남태령을 포기하고 저녁 약속이 있는 빠투루 님을 위해 청담역 근처까지 간다.
AAA 님 저녁 겸 휴식 겸 해서 압구정 토끼굴을 나와 압구정로데오역 근처로 나오니 큰 길가에는 적당한 커피전문점이 보이질 않는다. 뒷길로 들어가 다행히 야외 테이블 바로 옆에 자전거를 둘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나중에 일어설 무렵에 보니, 우리와 사정이 비슷해 보이는 로드바이커 두 명이 와서는 우리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잽싸게 자리에 앉으며, 반갑게 인사를 한마디 한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라고 이심전심으로 이런 자리를 찾아 돌아다녔을 마음이 전달된다.
중간에 여유를 부린 덕에 100km 넘는 거리를 힘들이지 않고 돌아다녔다.
아마 혼자였다라면 당초 예상시간 전후로 앞당겨지는 했겠지만, 몸이 많이 축났을 것 같기도 하고, 처음 참석 댓글을 단 사람과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상당히 오랜 기간을 혼자서만 타다가,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이후부터는 단거리라면 모르까, 중장거리로 갈 수록 혼자 타기가 싫어진다. 어차피 본인의 힘으로 가야 하는 길이지만, 누군가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힘이 되는게 사실이니 말이다.
이왕 그럴거면 넓은 지역으로 안면을 익혀 두어 동서남북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동행을 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자출사 번개를 올리는 지도 모르겠다. 코스를 다양하게 동서남북으로 올려야 되는데, 아는 길이 제한적이니 이건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