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08 수피령
오랜만에 100% 도로라이딩인데, 참가자격은 MTB로만 제한한 불남 님의 중급 번개이다.
원점회귀이니 불남 님도 그렇고 댓글 다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차 이용이다.
아침까지 비는 내리지만 일기예보는 오전 일찍 그친다고 하니 믿고 간다. 조금씩 내리더라도 MTB이니 그렇게 신경 쓸 일도 없다.
집에서 내려와 김밥 두 줄을 사서는 차에서 먹으면서 간다. 진접 근처를 지날 때만 조금 막힐 뿐 나머지 구간은 시원하게 소통이 잘 된다.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목적지인 편의점 앞에 도착하니 헬멧 쓴 사람이 언뜻 보인다. 아마도 불남 님이지 싶은데, 조금 후 커피 한 병 사들고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 보니 야외 테이블에서 불남 님과 능촌 님이 식사를 하고 있다.
곧이서 다들 도착하고, 화잇캣 님은 조금 늦는다고 하여 광덕고개 정상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출발한다.
1. 도평삼거리에서 출발
약속 장소인 편의점 뒤 계곡. 비는 그쳤고, 구름이 두텁지만 다행히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보이는게 중간에 소나기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안 믿어도 될 것 같다.
백운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포화로는 이내 고개를 치켜들었다가 힘에 부치면 꼬불꼬불 허리를 틀어댄다.
(불남, 미제루)
(록키마운틴)
(능촌, 이바우)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넘어 온다. 여기 길 이름 포화로는 포천, 화천에서 한 글자씩 따왔음직한데, 이건 일제 잔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왠만하면 일본 걸 베끼는 수준이니 잔재라고하기도 뭐하고,,,
2. 조경철천문대
광덕고개 쉼터에서 내려오자마자 광덕산 조경철천문대로 빠진다. 원래 일정은 오후 복귀길에 올라 볼까였는데, 대다수 의견이 먼저 오르자로 모여서... 해발 600m 정도에서 1000m까지 오르는 길인데, 도로가 4km이니 업힐 각도는 대략 10%. 고도가 올라갈수록 바람이 춥다고 느껴지는데, 이마에서는 땀이 떨어지게 만드는 곳도 있다.
천문대는 오후2시부터 10시까지 개장하기 때문에 들어가 보지는 못한다.
경치에 취해 넋을 잃고 있다가 추위에 정신이 돌아온다. 가을 보러 나온 길인데, 손발이 시릴 정도이다. 이때 살짝 언 발은 아래로 내려와 한참을 달려서 하오재에서야 겨우 풀렸다.
군것질 조금하고, 추위를 피해 급히 하산한다.
3. 하오재 ~ 수피령
광덕고개에서 천문대 올라가느라 아쉬웠던 다운힐을 미련 없이 실컷 한다. 나중에 이 길을 다시 올라야 되는데, 그 고민은 없다. 지금 좋으면, 그걸로 족하다.
하오재 넘은 이후 목단3리까지 불남 님이 로드바이크 모드로 달려서,사진은 없다.
수피령 넘기 전 군 면회소 앞에서 간식을 먹는다. 면회소에 매점이 보이는데, 민간인한테는 안 판다.
수피령. 광덕고개만큼이나 사람을 괴롭히는 고개.
(화잇캣)
(소슬)
춘천이 가까워서인지 로드바이크도 간간히 보이는데, 이들 외국인의 다리 길이는 장난아니다. 페달링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겠다 싶다.
로키 님은 오자마자 DSLR로 뒤에서 체력 안배 중인 분들을 당겨 올린다.
4. 박달로~도일길 ~ 광덕고개
수피령을 내려와 다목초등학교 부근의 순대국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국물이 진국이다. 막걸리도 한 잔했는데도 불구하고 1인당 1만원에 못 미치는 가격이 나온다. 천문대를 들러고도 점심을 목적한 곳에서 먹고 있으니, 천문대가 별거 아닌 건지 사람들이 괴수인지 잘 모르겠다. 이제 남은 고개는 박달로와 광덕고개뿐.
박달로에는 고개 이름은 없지만, 은근한 오르막에 이어 살짝 고갯길을 올라야 한다.
정상에 오르면 도일길을 만나, 여기서 우회한다.
지나오는 길에 군부대는 너무 많이 만난 영향일까요. 이 분들은 동료를 버리고 먼저 올라온 죄로 체력단련 시간을 가져 본다.
시범 한 번 보이고...
도일길로 내려서면 한북정맥 구간답게 첩첩산중이란 말 그대로이다.
평지로 내려오면 가로수가 또 한번 자전거를 세운다.
사창리 쪽에서 오르는 광덕고개는 엄청 부드럽다. 언제쯤 급경사가 나타날까 하면서 가다 보면 그냥 고개 정상에 오른다.
오전과 달리 먹구름은 사라지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솜사탕처럼 떠다닌다.
다들 자차로 이동하니 저녁자리가 없다. 깔끔하게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이동 막걸리 필요한 사람은 각자 알아서 사서 헤어진다.
여의도 불꽃축제로 올림픽대로가 살짝 막히면서 첫 폭죽을 구경한다. 몇 년 전 충주에서 버스 복귀 중 불꽃축제로 교통마비 수준을 겪은 경험이 있어 코 앞에 있어도 쳐다보지도 않으려고 하는데, 매년 라이딩 후 복귀길에 억지로 구경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도로만 타는 라이딩이라 시작 전에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한여름 능내터널을 지날 때의 그 서늘함과 상쾌함이 온 몸을 하루 종일 감싸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다. 원점회귀 코스라서 오래만에 자차를 이용하면서 비가 그치기 시작하는 길을 드라이브하는 재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