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161023 화악산, 도마치재

LateButNotTooLateToDream 2016. 10. 24. 11:21

AAA 님이 몹시도 궁금해 하던 화악산을 드디어 가게 된다.

뜨거운 여름에 아스팔트를 오를 수는 없어 참았다가, 가을 단풍이 절정인 이때에 가게 된 것도 행운이다.

사실 단풍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고, 지난 주 목요일부터 휴가에 들어가면서 목요일에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갔다오면서 돌아오는 길에 AAA 님에게 제안한 길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하루 종일 단풍 속을 돌아다녔더니 이젠 더 이상 단풍을 안 봐도 아쉽지 않은 가을이다.


토요일 저녁에 텔레그램을 보냈더니, AAA 님은 화악산 옆 가평에서 홍적고개를 넘어 춘천, 강촌을 돌았다고 한다.  그럼 다음 기회로 미루려고 했더니 나오겠단다. 이 분 체력을 어디서 나오는걸까, 열심히 타는 건 좋은데 좀 과하다 싶지만 본인이 좋다는데 뭐라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니...


청량리역에서 가는 경춘선이 있어, 서빙고역에서 경의선을 타고 청량리역에 내리니 경춘선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어 편안하게 그냥 있다가 들어오는 전철을 타게 된다.  경춘선 타려면 1시간 정도 라이딩으로 상봉역으로 갔는데, 이제 그럴 일이 거의 없을 듯하다.


경춘선을 타고 조금 있으니, 전철 시간 계산 착오로 전철을 놓쳤다는 문자가 온다. 뭐 그럼 가평역에서 차 한 잔할 여유는 있겠다. 사실 서빙고역까지만 간다고 여유를 부리다가 아침에 나오면서 커피를 제대로 못 마셨다.


가평역에 내리니 1층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여기서 기다릴래야 기다릴 수도 없을 정도다. 자전거도로로 나와 자라섬 쪽으로 가니 2층 컨테이너박스건물에 한적하니 좋아 보인다. 들어서니 한참 청소 중이라 30여분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마땅히 할 일도 없어 그냥 기다리다 커피가 나오니, 마침 다음 전철이 들어올 시간이다.


바람이 거세어 체감온도가 많이 낮아서 일찌감치 나서기가 쉽지 않다. 시간을 많이 지체하였으니, 수피령, 광덕고개는 생략하고 화악산과 도마치재만 넘기로 한다.


화악3리 마트 겸 음식점에 들어서서 간식을 좀 먹고 나서려고 하니 비가 쏟아진다.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출발한다.  너무나 잘 아는 길이라 어디쯤에서 어느 정도의 고개가 나오는지, 이쯤에서 얼마나 힘들거라는 생각으로 답답하던 처음과 달리, 비 내린 맑은 공기와 계곡을 끼고 붉게 물든 단풍이 힘이 많이 된다. 


로드바이크라는 핑계로 오늘은 사진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증거 사진은 남겨야 할 것 같아 몇 장 찍지만 비까지 오는 날씨에 제대로 된 사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곡운구곡으로 내려오는 길엔 손이 얼어서 브레이크 잡는게 무감각해지기 시작한다.  한 번 쉬면서 손을 녹이고, 조금 더 내려오니 이 곳은 비가 오질 않으니 그래도 조금 낫다. 도일로까지 갔다 올 생각이었는데, 한기에 두 손 다 들었다. 사내면에서 식당에 들어가 전기온돌에 젖은 옷과 함께 몸을 녹인다. 출발도 늦었는데, 비때문에 더 늦어지니 점심은 2시가 넘어서 먹게 된다.  



도마치재로 바로 복귀하는 길. 식당을 나올 때는 서늘하더니 그래도 비가 내리지는 않아 탈 만하다. 조금 더 진행하니 완만하게 시작한 경사가 점점 올라가니 몸에서 나는 열기가 좋다.  그런데, 정상을 지나서 가평으로 내려오는 길은 또 비가 온다.   

 


비 속에 내리막길이니 또 다시 한기와의 싸움이다. 속도를 내어봐도 별로 효과가 있지는 않다.  그나마 오른쪽으로 계곡을 따라 펼쳐진 멋진 풍경이 그 고통을 덜어준다.


가평역까지 잘 왔는데, 역 앞에서  역사로 꺽어들어서면서 맹인 보도블럭을 넘으면서 미끄러진다. 빙판에서 스케이트 타다 넘어지는 것처럼 시원하게 미끄러진다. 자전거 타면서 이 놈의 보도블럭은 이해가 안되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을씨년스런 날씨에 출발해서 비까지 맞아가며 제대로 초겨울을 맛봤음에도 불구하고, 화악산 단풍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년에도 이맘때쯤 임도보다는 도로가 계곡을 끼고 있어서 더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