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161030 호명산 로드바이크 번개 첫 참석

LateButNotTooLateToDream 2016. 10. 31. 09:58

로드바이크의 성지 중 하나인 호명산을 간다, 드디어.  

원래 남들이 다 하면 안 하는 성격이다 보니, 관심 밖이었는데 AAA 님의 자출사 번짱 데뷔라 장소 불문이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금요일 점심 무렵부터 목이 간질거리더니, 토요일 광혜원 찬바람에 감기가 제대로 걸렸다. 밤새 따끔거리는 목때문에 선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다. 그렇게 30여분을 눈을 뜨고서도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침대에서 뒹군다.


전날 MTB에서 뒷 휠에 문제가 생긴게 머리 속에 남아 있더니, 로드바이크도 노면상태가 안 좋은 곳에서 계속 되는 소음이 신경쓰이던 터에 눈뜨자 마자 자전거를 붙잡고 씨름을 한다. 


먼저 핸들바를 잡고 흔들어보니 유격이 조금 느껴진다.  헤드튜브 쪽 볼트는 이미 풀릴 만큼 풀려 있어 손으로도 돌아갈 지경이다. 스템을 잡고 있는 볼트 덕분에 여태 잘 버틴 모양이다. 카본이라고 마음껏 힘을 못 쓰니 참 부담스럽다.


그래도 계속 되는 소음은 뒤쪽이다.  스프라켓을 보니 이게 좌우로 흔들거린다. 이때까지는 이게 왜 눈에 안 들어온건지. 아마도 조금씩 풀렸던게 이번엔 눈에 띌 정도로 까지 더 풀린 모양이다. 락링을 풀거나 조일려면 전용공구가 있어야 되는데, 하필 공구는 사무실에 있고 시계를 보니 6:35.


일요일이기에 망정이지 토요일만 되었어도 불가능할 건데, 사무실에 들러 공구를 가져오니 7시를 조금 넘기고 있다. 대성리 출발 시간이 10시라고 느긋하게 있다가 꽁무니에 불이 붙는다. 마음이 급하니 제대로 체결이 안되었는지 여전히 스프라켓은 춤을 춘다. 이때까지 이러고 탔으니 큰 일이야 있겠나 싶어 그냥 나가기로 한다.


서빙고역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상봉을 지나 망우역까지 간다. 어차피 상봉역에서 앉아갈 보장이 없고, 혼잡을 피하고 싶다.  경춘선은 예상했던대로 만원이다. 시간이 조금 늦으니 자전거보다 등산객이 더 많아 자전거족이 기세에 살짝 밀리는 게 이때까지 경험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로드바이크가 얼마 보이지 않더니, 대성리역에 내려도 댓글과 달리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물어물어 동행인  엔빌 님을 찾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사람이 많이 올 것 같아 나 하나쯤 안 나와도 되겠지하고 생각했던걸 행동으로 옮겼으면 큰일 날 뻔했다.  또 한편으론 참석 인원이 많으면 뒤에서 후미나 보자고 했던게, 엔빌 님을 보아하니 제대로 고생하겠다 싶다. 


혹시 다음 차로 올 사람을 위해 자출사 카페에 10시 출발 사실을 알리고, 엔빌 님이 선두를 맡아 자전거도로를 따라 청평역으로 향한다.     


청평역입구삼거리부터 초행길이 시작된다. 청평호를 끼고 가는 도로는 분원리와는 살짝 다른 이 길의 맛이 있다. 충주호 주변 도로와 비슷하지만 그곳보다는 낙타등의 길이가 조금 짧고 고도의 높낮이 변화도 덜하다. 


감흥 없는 쁘띠프랑스를 뒤에 두고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복장리에서 호명산으로 본격적인 업힐을 시작한다. 경사는 완만하고 산을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이 자동차만 적다면 한적하니 좋을 곳이다. 차들이 의외로 많이 다닌다는 사실이 가을 정취 감상을 방해하고, 라이딩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정상에서 남들 다 하는 흔적 남기기.


정상에 다 오니 막판 스퍼트를 하는 AAA 님, 왜 저러나 싶더니 오르기 전에 엔빌 님이 자기는 26분 걸렸다는 말을 새겨 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곤 그걸 또 이기겠다고 냅다 달렸던지 어쨌든 25분 걸렸단다. 그런 줄 았았더라면 냅다 도망을 가던지, 끌어주던지 했을 것 같은데, 성격상 도망가지 않았을까 싶다. 


왜 사람들은 자꾸 숫자에 집중할까, 특히 로드바이크 타는 사람들의 이런 태도가 내심 못마땅하다. 선수도 아니고 그냥 즐기면 될텐데, 마냥 그 길이 그 길인 곳만 다니니 쓸데없는 숫자에 자꾸 매몰되어 가는게 아닌가 싶다. 굉장히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다. 


언제부턴가 로드바이크는 카본 차체 아니면 안되고, BIG 3 알루 휠셋도 모자라 카본 휠이 대세이고, 속도계는 가민이 이 아니면 안되는 세계가 되었다. 젊은이들이 유행을 쫓으며 개성이 없는게 안타깝더니, 젊은이들이 자전거로 들어오더니 로드바이크는 몰개성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상천역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고 복귀 라이딩 시작.

엔빌 님은 마포 집까지  간다지만, 몸 상태가 자전거 타다 탈 날 수 있겠다 싶어 운길산역까지만 가자 싶어 따라 나선 길인데 대성리 이후부터는 목이 아파오기 시작하니 언제쯤 그만 둘까 타이밍만 찾는다. 다행히 샛터삼거리에서 휴식하며, 목캔디를 물고 있으니 좀 가라앉는다.  


운길산역 부근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신 후 전철 시간 맞춰 점프하고, 두 명은 자전거로 복귀한다.


로드바이크는 선두를 로테이션한다는 사실을 엔빌 님을 통해 알았다.  알았어도 이번에는 몸 상태가 안 되서 할 수도 없었지만 몹시도 미안한 대목이다. 운길산역 다 와서 엔빌 님이 다리에 쥐가 났는지 한 발로 페달링을 하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팩을 지어 가는게 아직은 어색해 차간 거리를 좁힐 수가 없다. 웬지 불안한 브레이킹때문에 이건 당분간 고치지 힘들듯. 첫 로드바이크 번개 모임이 극소수 인원이었기에 망정이지 잘못하면 팩을 잘라먹어 민폐 제대로 끼칠 뻔했다.


호명산 들어가는 길목이나 올라가는 길은 변화가 주어지니 그대로 탈만한데, 나머지 자전거도로는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역시 로드바이크 체질이 아닌듯. 어떻게 이런 길을 주구장착 달릴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