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161106 광덕산, 봉수산(온양온천역)

LateButNotTooLateToDream 2016. 11. 7. 10:22

광덕산은 두어 번 가본 곳이 아닌가싶다.

특히 늦가을를 즐기기에 딱 좋은, 낙엽 가득한 임도에 늦게까지 남아 있는 화려한 단풍이 드문드문 보이는 멋진 곳이다.


아산 현충사 앞 곡교천 은행나무 길을 먼저 들렀지만, 강풍 탓인지 잎이 많이 떨어진 은행나무는 실망스럽다. 인파가 많아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해 잠시 끌바로 산책한 후 아래 하상 자전거길을 따라 현충사 입구까지 갔지만, 이미 들렀다가 나오는 사람들에게 확인했는지 번짱이 여기도 단풍이 별로라서 그냥 광덕산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곡교천, 온양천을 따라 이동 후 낯익은 국도와 만나 강당골로 향한다.

외암마을 입구에 있는 식당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강당골 임도 들머리의 은근한 오르막을 무정차로 올라보자 싶어 기어를 최대한 낮추고 자전거 페달링도 최대한 천천히 하며 오른다. 지난 해보다 못한 단풍 색에 굳이 멈추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말이다.


임도 갈림길 이후  아산공원묘원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임도는 낙엽이 제법 많이 쌓여 있으면서도 단풍도 여전하다. 흥정계곡, 도마치재처럼 계곡을 끼고 있지 않아 색감이 어둡지만, 그곳을 가보지 않은 일행들에게는 이것만으로도 단풍 구경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낙엽에 더 마음이 가는 터라 먼산바라기보다는 발 아래 낙엽 밟은 소리를 혼자서 오롯이 즐기고 싶어 혼자 라이딩 하는 위치를 잡는다. 

스무 명이나 되니 그 동선이 길게 이어져서 어느 지점에 들어서면 앞뒤로 몇 구비를 돌아도 일행이 보이지 않는 위치를 잡게 된다. 그러면 속도를 줄여서 낙엽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간다. 대학시절 동문 형이랑 둘이서 비원을 갔다가 발목이 빠지도록 쌓인 낙엽 위를 한참 동안 걸었던 그 소리는 뇌에서 삭제되지 않고 용케 남아 있어, 낙엽만 보면 그 때가 떠오른다. 


대학 후반기라 이젠 슬슬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했던 때, 그 때와는 달리 여유가 생겨서일까? 가는 시간이 아쉽지가 않다. 이 만추가 지나 추운 겨울이 있을 지라도 그것도 잠시, 곧 봄이 올 것을 알기에 오히려 이 가을이 즐겁다. 


사진을 찍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나선 길인데, 그래도 아쉬워 만추 느낌이 강한 곳에서 한 장 찍어 본다. 


일행 들은 사진 안 찍냐고 뭐라 하지만, 오늘은 그냥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 그래도 잠시 햇살이 비치는 곳에서 선두 그룹이 쉬고 있으니, 장갑을 벗어 본다.


휴식 후 밀집도가 높은 상태. 이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서 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 한다.


2시도 안 되어 광덕산 임도를 내려오니, 고맙게도 도마뱀 님이 봉수산 봉곡사도 들렀다 가자는 제안을 한다. 번짱도 멀리서 온 명성 님, 핫쿨 님을 배려한 것인지 재활라이딩의 본분을 잊고서 전체가 다 가잔다.



봉수산 포토존


봉곡사 천년의 숲. 소나무 길을 내려 온다. 언제와도 좋은 곳이다. 



평소에는 봉곡사를 오르지 않는데,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올라가 보기로 한다. 봉수산. 봉수대가 있어서 이런 지명이 생겼나했더니,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봉수산이란다.  봉곡사는 화려하지 않지만,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하니 그 역사을 알고 다시 보니 화려하지 않은 그 모습이 다시 보인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화려함보다는 담백함을 추구하는게 맞지 싶다. 뭐 이것도 취향 문제인가. 


내려가는 길, 송악저수지를 들러야 제대로 이 근처를 돌아본게다.   

신정호 방향으로 갱키고개를 넘어 신정호 자전기길을 따라 아산으로 내려서면 온양온천역에 도착한다.


점심 겸 저녁으로 우거지 감자탕이 기다리고 있지만, 감기 기운에 입맛만 다실 뿐이다. 대신 일찍 탄 전철은 집에 올 때까지 자리 여유가 있어 좋다. 


이제 가을 단풍 추격전은 여기 광덕산 만추를 끝으로 멈춰야 할 때이다. 더 찾아가 봐야 좋은 곳도 없을 뿐더러, 겨울을 기다리며 상쾌한 가을 공기나 최대한 마시며 돌아다닐 뿐이다. 그나저나 그 전에 몸이 다 나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