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8 검단산
제대로 봄이 온 듯한데, 미세먼지가 그 설레임을 잡는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저멀리 관악산 봉우리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게 일이 되었다. 최근 몇일 동안 연이어 관악산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희미하게 흔적만 보여줄 때도 있다.
춘심을 잡아앉히는데 한 몫하는 날씨가 고맙다고 할 수 없는 건 미세먼지라는 눈에 보이는 희미함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그 더러움, 막연한 두려움 탓일게다.
하남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앞에서 모인 인원은 5명.
다들 운동하고는 거리가 먼 삶들이라 제대로 산행하기는 글렀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정상을 1km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하산한다.
대신 정상보다 전망은 더 좋은 바위 위로 올라섰건만, 저 아래 미사리 등은 흔적만 슬핏 보일 뿐이다.
회를 먹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하남수산복합단지로 이동하니, 2시반이 넘었다.
빈 속에 소맥 몇 잔 들어가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시간이 3시를 넘으니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르겠다.
괜히 분당 가는 승용차에 같이 탔다가 길이 막혀 그냥 가는데까지 간다는게 야탑역에서야 내릴 수 있었다.
산을 제대로 타도 3시간 내외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았음에도 마치는 시간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늦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쉬어가는 하루이다.
올해 환갑인 형님의 느닷없는 파킨슨병 판정 사실에 날씨에 흐릿하던 마음이 더 흐려진다.
나이가 들다보니 날라드는 문자는 부모님 보내는 내용이 태반이고, 간혹 본인 사망까지 오니 황망하기 그지 없는데, 또 이렇게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당사자 심정이야 상상만할 뿐, 그 마음을 헤아일 수 없지만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무쪼록 최대한 그 발병이 최대한 늦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이 50인 넘어 한두가지 질병이 없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고, 큰 병이 있다는 것이라고 역설을 강조하는 선배의 말이 일리가 있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 없는 것이 삶일질데, 어떻게 잘 푸는 방법을 찾아 살아가는 노력을 게으리하는 순간 큰 일이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을 유념하고 또 유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