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16. 춘천
날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우려했던 꽃샘추위도 없고.
춘천까지 북한강자전거도로가 개통되었다길래 언제쯤 가볼까 하다가 날씨도 좋고 바람 뱡향도 딱이라서 조금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 100km를 넘어가는 첫길이라 늦게 도착할 걸 대비해서 1박할지도 모른다고 예고를 하고 자전거 가방에 여벌의 옷가지 등을 챙겨 넣었지만, 저녁쯤에는 도착하고 닭갈비에 소주나 한잔 걸치고 복귀하리라 예상한다.
암사동에서 한번 쉬고 팔당대교는 거쳐 대성리까지 무정차 라이딩.
지난 주 분실한 속도계 대신 유선속도계를 얹었더니 작동을 안한다. 속도와 거리를 모르니 시간을 기준으로 달린다.
대성리역 앞에서 잠시 쉬고 입간판을 보니 대략 절반 정도 온 모양이다.
남한강길과는 달리 주변에 계속 가옥이나 도로가 보이고, 강이 바로 오른쪽에 붙어서 가는 모양을 하고 있어서 덜 지겹기는 한데, 그래도 혼자서 달리니 조금은 지루해진다.
대성리역 주변 화장실을 두군데를 거쳤는데 모두 잠겨있다. 여기는 아직도 겨울인 모양이다. 동파 염려는 없어보는데 좀 열어주시지...
청평에서 화장실도 해결하고 점심도 먹기 위해 쭈구미집에 들렀다.
자전거길에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혼자라서 쭈구미 11,000원에 공기밥 하나해서 12,000원인데, 양이 많다. 라이딩 종료 후에도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다.
결론은 혼자서는 먹기에 비추다, 양이 너무 많아서. 조금 먹으면 되긴 하는데 그게 또 조절이 안되니...
점심을 먹으면서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출발한 길은 좀 수월하다.
언덕 하나는 살짝 넘어서니 이후로는 대충 평지다. 게다가 앞에 잘 달리는 2명을 만나 그 꽁무니는 쫓아가니 가평도 금방이다. 자라섬 캠핑장은 몇년 전 큰 놈이랑 겨울에 캠핑 왔던 곳이라 낯설지 않다. 부실한 난방으로 화장실이 더 따뜻했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캠핑장을 지나 다리를 하나 건너서는 또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쉼없이 달린다. 인증스탬프는 나랑 무관하니 무조건 지나쳐야지.
강촌에 이르니 비로소 경기도의 끝이 보이는 듯해서 잠시 한 숨 돌린다.
강변 잔디는 벌레소탕작전이 벌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탄내가 아직도 남아 있어 잔디밭에 들어가면 뜨거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의암댐을 오르니 이정표에 춘천역도 20km정도 밖에 안 남았다.
무정차로 계속 가볼까 했는데 무리가 온건지 오른쪽 발바닥이 저릿한 것이 느낌이 둔해지고 무릎 뒤 근육이 땡긴다.
애니메이션박물관에 정차해서 근육도 풀어주고, 어제 출력한 itx 시간표를 꺼내 보니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고 10km정도 남았으니 4:10 출발하는 차를 타면 될 것같다.
신매대교를 건너는 자전거족을 봐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신매대교를 넘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잠시 주춤할 뻔했다. 딴 곳과 달리 여기는 이정표가 없다. 아니면 신매대교 앞 인증센터에 무슨 표시가 있는지 모르겠다.
춘천역에는 전철 자동매표기와 itx 자동매표기가 따로 있다. 대중교통 이용에 익숙치 않아 처음엔 전철 매표기 앞에서 우물쭈물하다. 맞은편 itx 매표기 앞으로 이동. 화면을 누르는 것도 어색하다. 내가 갑자기 왜 이러지, 북한에서 넘어 온 것도 아닌데 하면서 대충 헤매면서, 사실 좌석이 매진되서 순간 당황하기도 해서, 입석으로 4시10분발을 예약한다고 한게 티켓을 보니 18:10이다. 이런 일이 있나. 4시도 안되었는데 2시간을 무슨 짓을 하면서 보내나 하다, 순간 전철을 생각났다. 당초는 용산에 내려서 자전거로 귀환하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전철로 집까지 가면 되는 거 아닌가.
환불은 안내원에게 부탁해서 하고-못해서가 아니라 매표기에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마침 바로 앞으로 안내원이 지나가길래 부탁했다.
그리고 전철을 보니 좀 있다 출발하는게 보인다. 플랫폼으로 내려가 맨 앞칸으로 이동하니 자전거거치대는-원래 몇개 수납이 안되지만- 이미 가득찼길래 그냥 벽에다 기대어 놓고는 자리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시간은 30여분 더 소요되지만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더 나은 선택이었다.
남성역까지 전철로 와서는 부근 식당으로 들어갔다. 사전에 아내랑 이야기해서 새로 생긴 포항막회를 먹어보기로 해서다. 아내는 물회를, 나는 막회를 주문했는데 만족스럽다. 주인이 대구사람이라 대구, 부산 이야기를 하면서 막걸리 2통을 마셨더니 운동한게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