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2014.3.15 양수~국수
LateButNotTooLateToDream
2014. 3. 17. 08:21
자출사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는 있지만 아직 오프라인에는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이 나이에도 낯을 가리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혹시나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면 고주망태가 될까봐 싶어서다. 내가 생각해도 참 어려운 인생이다.
이른 봄날씨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평소에 다니던 주변을 다 돌았더니 이젠 멀리 나가고 싶어 주말 번개공지를 살펴본다.
어디가 좋을까 하다가 유명산 어비계곡은 언제고 한번 가야지 하면서도 혼자서는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중미산을 거처가는 좋은 루트가 있어 여기에 발을 담근다.
당초 생각은 남성역에서부터 전철을 타고 양수역까지 가려고 했으나,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보니 시간이 많이 남고 전철을 타고 가나 자전거를 타고 가나 얼마 차이가 나질 않아 상봉역까지 자전거로 탔다. 조금 이르게 출발했으니 시간 조절할겸 워밍업 삼아 달리니 땀도 나지 않고 좋다.
상봉역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이른 상춘객들로 붐빈다. 절반은 등산객, 절반은 라이더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양수역에 내리니 날씨가 예보와 달리 그냥 서있기 힘들 정도로 춥다.
아주 간단히 닉네임만 이야기하고 바로 출발.
양수역 부근에서 길은 잘못 들어 잠시 헤매기도 하면서 첫 고개를 오른다.
벗고개. 자출사에서 간혹 보이는 고갯길이다.
경사도가 좀 있어 보이는데 여럿이 같이 가면서 괜스레 생기는 호승심에 서늘한 날씨가 도움이 되어 무난히 오른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신나는 다운힐을 즐기고, 또 다시 고갯길. 서후고개.
긜고는 중미산 자연휴양림쪽으로 올라가는 지방도를 타고 오른다. 아마 혼자 왔더라면 처음부터 이 지방도만 줄기차게 타고 올랐지 않았을까 싶다. 벗고개나 서후고개는 짧아서 편하게 왔다면 여긴 완만하게 제법 거리가 된다.
유명산으로 올라가는 삼거리(농다치고개)에서 잠시 쉬고는 도로 정상을 향해 잠시 오름질.
잣막걸리는 이전에 먹는 맛과 달리 취기가 확 오른다. 몸이 고달픈가 보다.
점심 전에는 중미산 아래 고갯길을 즐겼다면 이제는 어비계곡을 즐길 차례다.
몇년 전 어비계곡 어딘가에서 부서 회식을 1박2일로 하기로 해서 자전거로 꼭 와야지 했던 곳을 이제야 돌아보게 된다.
어비계곡은 무난하다. 솔직히 뭐 이래하는 심정도 있었다. 하지만 양평으로 넘어가는 숫고개를 정말이지 악 소리가 났다.
이걸 길이라고 만들었다 싶다. 혼자였으면 무조건 중도하차할 구간이지만 앞에서 내리질 않고 가니 나도 질 수 없어 그냥 꾸역꾸역 올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유명산 활공장은 진흙이 뻘이 되어 다음 기회로 남겨두었다. 조만간 여길 또 와야될 숙제를 하나 남기고 간다.
이후는 설매재를 어깨가 아플 정도로 살짝 지루하게 다운힐링을 하고는 옥천으로 내려왔다.
옥천은 작년에 화야산 임도 타겠다고 나섰다가 길을 잘못들어 아난티서울cc를 거처 유명산 언저리를 돌아 내려왔던 길이라 낯설지는 않다.
아신역에서 공식 행사를 마무리하고 조금 더 탈 사람은 국수역까지 가기로 했는데, 1분여 전에 전철이 출발하고 4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표를 보니 멍하니 있으면 뭐하나 싶어 국수역까지 따라 나섰다.
여기서 번짱인 꼼뺘냐님의 주장에 일행들이 옆길로 새는 걸 쫓아갈 기운이 없어 에라 모르겠다. 공식적인 행사는 끝났으니 내 맘대로 간다 싶어 혼자서 국수역으로 돌진했다.
도착하니 20여분 남았는데 다음 역까지 가면 무리일 것 같아 여기서 멈추고, 미안한 마음에 번짱에게 국수역 도착 사실을 문자로 남겼다. 10분 정도 남았길래 플랫폼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일행들이 도착한다. 덕분에 미안한 마음도 사라지고 편하게 전철에 오른다.
빼곡히 쌓인 자전거틈에서 내 물건 찾아내리기도 힘들어 상봉에서 내리면서 일행들에게 인사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