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2015.8.14 임시휴일은 느닷없이 주어진 보너스 시간

LateButNotTooLateToDream 2015. 8. 16. 20:23

우연히 주어진 시간은 고마울뿐, 복잡한 생각 안하기로 합니다.


치백님이 지어 주신 삼총사-아닙니다, 어찌하다 보니 호연지기님 꾀임에 넘어가서 남정네 둘이 시집간 막내 여동생 모시듯이 시중들고 있을 뿐입니다-가 다시 모였습니다.


해밀님은 폭염주의보가 뜬 그 몹쓸 날 이후, 날씨에 보복이라도 하는지 물안길을 동네분들이랑 몇번 왔다 가셨다죠. 가평 주민 아닌데 가평 주민인듯 동네 마실 나오듯 익숙합니다. 그렇게 북면 지나는 길에 중국음식점엘 들렀습니다. 영업시간 30분 전이지만 소신 있는 사장님이 11시 이전에는 음식을 안 팝니다. 마실 물만 얻어 오두막에서 잠시 쉽니다. 11시까지 기다리다 먹고 가기엔 오늘 날씨도 장난 아닐 것같아 다음을 기약합니다. 


집다리골휴양림 이정표가 보이니 화악산 가는 길과 갈라집니다. 화악리 길보다는 조금 경사가 완만합니다만, 곧이어 경사도 10%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정상이 어디쯤인지 바로 앞에 보이니 해볼만해 보입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뱀이 쥐포가 되어 있는게 몇번 보이더니 살아 움직이는 뱀까지 보입니다. 바쁜 느낌이 전혀 없이 여유만만인게 독사이지 싶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집에서 확인해 보니 살모사 종류로 보입니다. 


이렇게 생겼는데 조금 더 슬림한 모양이었으니 배가 고픈 상태였으리라 생각됩니다. 나중에 임도에서 호연지기님이 발 아래 이런 놈을 또 본 모양입니다. 저도 한번 보고 얼른 피했습니다. 생각만으로도 기분 나쁜 놈입니다.

   

홍적고개까지 호연지기님도 무정차로 오릅니다. 


살짝 살짝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해서 오늘 일기예보가 적중할 것 같아 불안합니다만, 하늘이 밝아서 안심이 됩니다. 




짜장면 못 먹은 배가 허기지다고 아우성이니 가평에서 사온 밥버거에 호연지기님이 싸온 파프리카를 반찬 삼아 조금은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이전에 하산한 마장이길이 나오는 사거리까지 살짝 오르막에서 땀을 뺍니다. 



이후 다운 아니면 완만한 길이 무덥지 않고 좋습니다. 쭉쭉 달려줍니다. 오늘의 테마는 이 20KM의 긴 임도를 달리는 것도 있지만 입수도 해야 됩니다. 지도 상으로 하산하는 퇴골 쪽에 계곡이 있으리라 짐작되어 물놀이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라 마음이 급합니다. 


가는 길에 보기 싫은 뱀도 또 만났지만 무사히 지나 한숨 돌리면서 뜨거운 햇살을 피할 요량으로 속도를 올리는데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길에서 멧돼지 대여섯마리가 보입니다. 서로 놀래서 난 급제동을, 그 놈들은 비명을 지르며 임도 아래로 몸을 날립니다. 어미 돼지가 있을까 감히 앞으로 전진을 못합니다. 혹시 있을 어미 돼지가 사라져주길 바라면서 잠시 기다렸다가 일행들 사진도 찍어줍니다(TT 찍고 싶어서 찍는게 아냐, 내가 살아야하기때문에).   





쉼 없이 달리니 호연지기님 입에서 걸쭉한 단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저~~ 아래에서부터. 하지만 퍼지지 않는 대한민국 아줌마 엔진이 장착되어 있어 걱정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해밀님이 살짝 응원도 해주니 뭐 불스원샷 한방 넣은 효과라고 해야되나요?!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보니 지나온 거리, 앞으로 갈 거리가 500m 단위로 표지판에 적혀 있습니다. 한참을 달려 오다 보면 삿갓봉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여기가 딱 절반입니다. 

호연지기님이 장만한 방수 돗자리를 경사면에 기대어 놓고 셋이 해먹에 누운 자세를 하고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출발합니다. 앞으로 갈 거리가 조금만 짧았다면 한숨 자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우리의 과제 "물놀이"를 위해서 일어섭니다.  


원시림의 모습을 보이다가, 그냥 저냥인 모습도 보이다가,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으면서 살짝 지쳐갑니다.








지친 심신을 달래려 임도 옆의 계곡에서 잠시 얼굴만 씻고 갑니다. 계곡 바로 옆과 임도 사이에도 온도차가 있어서 고글에 김이 서릴 지경이니, 마음 한켠에서는 여기서 몸을 적셔볼까 싶은 유혹도 있지만 참기로 합니다.


잘 생긴 소나무가 한그루 보입니다. 이 놈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어본다는게 이 모양입니다. 해밀님의 감각과는 전혀 다른 뭉탱이 주먹손에게 뭘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처참합니다. 혹시나 기다릴 해밀님을 위해서 찍힌 사진은 올려드립니다. 흑. 





마지막 갈림길에서 2.3km냐 7.5km냐를 고민해야 되지만, 고민하지 않습니다. 언제 두번 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짤라먹기 없기를 선택합니다. 덕분에 마지막 업힐로 다시 한번 제대로 땀을 뺍니다. 마지막 다운힐은 브레이크가 제대로 안 들을 정도의 급경사로 보답을 합니다만 굳이 긴 길을 왜 잡았는지는, 더위 탓으로 돌려야지 이성적 판단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해밀님의 물 냄새 맡는 귀신 같은 감각 덕분에 최고의 자리에서 오늘 하루를 완전히 보상받는 시원한 계곡 물놀이를 즐깁니다. 입추가 지난 때문인지 얼음처럼 차갑지는 않아 오히려 오랫동안 물 속에서 놀았습니다만 결국은 추워서 나옵니다. 


임도가 끝나고 조금 더 내려오니 계곡은 폭이 넓어지고 수량이 늘어나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또 한번 물장구를 친 후에야 오늘의 물놀이는 끝이 납니다.


물놀이에 완전히 새로워진 몸은 신매저수지를 지나면서 차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내달립니다. 탄력 받은 몸에다, 해도 어느덧 저물어 가니 한결 시원해진 날씨에 언제 왔는지 모르게 춘천역에 옵니다. 고맙게도 전철도 바로 탑니다. 


지난 폭염에서의 고생을 오늘은 온전히 되받아 온 하루였습니다. 


가리왕산에서도 이런 행복이 이어지기를...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convertIframeTag.nhn?vid=F56CA1CBB991885ECC8F851736E4FDDC2EEB&outKey=V1237a04d8773004b644618d00d22679809a42a9af9ea141e051818d00d22679809a4&width=720&height=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