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2015.9.20 수리산

LateButNotTooLateToDream 2015. 9. 21. 09:13


토요일 장 보러 가자는 말에 금요일은 와인을 마시고 느긋하게 일어나 하나로마트로 향한다.

작은 놈 학원 가는 길에 내려주고 조금 우회했더니 길도 막히고 여기저기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은근슬쩍 짜증이...

특별한 것도 없으면서 알아서 하면 될건데 꼭 차를 끌고 나오게 하는 것도 못마땅하고, 이런게 싫어서 큰 놈 졸업과 동시에 일찌감치 운전면허 따게 했더니 조금만 길이 익숙치 않으면 나설려고 하질 않는 것도 마음에 안든다.

자전거 출퇴근 이후 단점이라면 차 운전하는게 점점 싫어진다는 것.

막히지 않는 길이면 이런 기분이 덜한데 조금씩 막히기 시작하면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주말 중 하루만 비가 뿌려주면 서로 좋은텐데, 요즘 하늘은 구름도 구경하기 힘들 정도이니 내 맘같이 딱딱 도와줄리도 없고, 짜증과 함께 오전은 그렇게 지나간다.


오후엔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앞 휠에서 칼 가는 소리가 나는 걸 한번 잡아 볼까 하고 베란다에서 자전거를 만지작 거린다.

패드를 분해해 보니 가루가 잔뜩 끼어 있다. 

그리곤 로터를 보니 안쪽과 바깥쪽이 폭 차이가 꽤 난다. 손으로 잡고 휘어도 휘어지는게 느껴질 정도이다.

자로 재어보니 안쪽이랑 대충 0.5mm 안팍의 차이가 있다. 여기서 캘리퍼스 사야한다는 지름신이 강림한다(가뜩이나 노안이 와서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는 것도 귀찮고 벗어도 잘 안 보이는 걸 핑계삼아 캘리퍼스 하나 사 봐야 겠다).

이전에 쓰던 마구라 로터로 교체한다. 싼게 비지떡인가? 아닌데 가격이 싸지고 않았고 나름 소음도 덜 나서 만족했는데 아쉽다.

계속 손 대면 어디가 또 문제를 일으킬까봐 이 정도에서 멈춘다. 

요즘은 자가정비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 가끔 생겨 자전거를 만지는 것도 두렵다.



덥다 덥다하던 여름이 어느새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어 하루만 쉬어도 다음날 아침길이 주저된다.

일요일은 적당한 번개를 찾기도 어려워 어디로 갈까 머리를 굴리다가 오랜만에 수리산 임도에 가 보기로 한다.
한강을 돌아 가자니 왠지 귀찮다는 생각에 사당역에서 전철로 금정역까지 간다.
수리산이 바로 앞이라 좋기는 한데 대신 몸이 안 풀려 조금 무겁다. 그래도 산 입구까지 조금씩 길이 경사가 지니 몸 푸는데 도움이 된다.
상연사로 가는 약수터 앞을 지나니 자전거가 제법 많이 보인다.
멀리 돌아오지 않았다고 덜 풀린 몸인데도 가볍게 올라 비포장길로 접어든다.
돌이 봉긋봉긋 솓아 오른 길이 오랜만인지 적응이 안된다.
급기야는 중간에 뒷휠이 미끄러지면서 하차까지 한다. 아무리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일 줄이야.
어제 타이어 공기가 너무 빠진거 같아 좀 넣기는 했지만 펌프 게이지 상으로 그렇게 과하지 않은데 왜 이러지 싶다.
그래도 돌무덤만 없으면 진행은 어렵지 않아 A코스로 바로 진입해서 내려가는데 아무래도 작든 크든 돌멩이만 만나면 몸이 움츠러든다. 아무래도 뒤에서 자꾸 뒤뚱거리니 의기소침해진다.
급기야 A코스 다 마칠 즈음 내리막에서 낙차를 한다. 다행히 자전거를 비틀면서 클릿이 빠지는 덕분에 자전거를 버리고 착지를 해서 몸이 상한 곳은 없다.
마침 브레이크에서 소음이 너무 심해져서 벤치에 앉아 브레이크 정렬도 한번 더 해보고 하면서 잠시 마음을 다잡는다.
B코스로 가지 않고 수리사로 오르니 여기도 자전거가 제법 보인다.
수리사를 한바퀴 돌아 보면서 안내판을 보니 꽤나 오래된 사찰이기도 하고, 한국전쟁 당시 전투가 심했던 지역이라 유골 발굴 작업이 있었다는 내용도 알게 된다.

내려 오는 길에서 브레이크의 빽빽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해지고, 자전거의 통통거림은 제어가 힘들어 내리막길은 아주 저속으로 조심조심, 그렇게 B코스까지 마친다.

C코스 바로 진입. 
특별할 건 없지만 힘들다. 전철로 점프한 효과는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 싶은데 여전히 힘들다. 
굳이 점프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을 정도다.
C 코스 마칠 즈음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아주 절정이다.
패드를 중국산 싸구려로 대충 끼우니 그런가, 아니면 메탈 성분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알 수가 없다.

D코스 마친 후 바로 하산길.

산 입구 약수터 앞 에어건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좀 나을까 싶었지만 여전하다.

이건 아무래도 패드 탓인걸로...

안양천을 돌아 오는 길은 잠시 뒷바람이더니 앞바람으로 변하고, 허리가 아프니 잠시잠시 쉬어간다.

이수역 근처에 오니 1시가 조금 넘었는데 집에서 밥 먹기는 미안해서 남성시장에 들러 순대국을 점심을 해결한다.

가격은 요즘 유행하는 순대국 체인점보다 3천원 안팤으로 비싼데 사실 그 맛의 차이는 모르겠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그냥 체인점에서 해결하기로 한게 오늘의 소득이라면 소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