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7 바라재 넘고, 고기리 여우고개 넘어 대방어회
지난 주말 곰빠 님 문자가 들어 온다. 다음 주말 가락시장 대방어회 어떠냐고.
당연히 OK.
작년 이맘때 동문 산악회 회장 형의 초대로 수현역(?) 근처 횟집으로 대방어회를 먹어러 간 기억이 있다. 선입견은 고등어처럼 생긴 놈이라 딱히 찾아다니며 먹을 정도인가 했는데 대방어는 일반 방어와 달리 식감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덩치가 있다보니 여럿이 모여야 먹을 수 있는지라 방어 철이라고 해도, 그냥 귓등으로 흘려 듣다가 이렇게 기회가 오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11시. 출발시간으로 봤을 때, 회가 주이고 라이딩은 양념이다.
주중의 피로를 풀 겸 허리가 아플 정도로 침대에서 뒹굴다가, 20여 분 일찍 나와 한강대교로 우회하면서 탄천합수부로 나가니 라이딩 인원은 8명. 가락시장만 참석하는 안나수이 님까지 총인원 9명. 지난 봄, 보현산 라이당을 같이한 곰빠 님 동문 선배 2분을 다시 뵈니, 반갑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했는데, 이렇게 또 보게 된다. 인연이란...
서울대공원 옆 문원동으로 내려온다. 내일 싱글 라이딩을 위해 이쪽으로 올 예정이어서 경마장 이후 도로 상태를 유심히 살피고...
포일지구 안양-성남 고속도로 건설로 끊어진 옛길은 일전에 왔을 때보다는 나은 상태다. 고속도로를 만들어도 토끼굴은 챙겨줘야 할텐데 지형 상태로 봐서는 우회하든지 하지 싶다. 그래도 길이 없어지지 않고 이어지기만 해도 다행이겠다.
곰빠 님의 동선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인지, 관악산을 남쪽에서 봐라보는 시선이 처음인 모양이다. 서울 도성을 남쪽에서 동서로 늘어서서 방패막이 구실을 하는 관악산의 모습에 감탄사가 나온다.
백운호수를 시계방향으로 돌아, 곧장 바라산자연휴양림으로 오른다. 일전에 블로그를 검색 결과는 자전거 출입을 휴양림 입구에서 막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막지는 않고 대신 입장료를 받는다.
휴양림 정상의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르다. 눈이 오면 관리인들을 바쁘겠다. 눈 내리는 때에 맞춰 캠핑 왔으면 싶다.
백운산 앞으로 떨어지는 임도를 따라가지 않고, 바라재로 고개를 넘는다. 초입의 돌계단만 지나면 타고 가도 될 정도의 싱글 트랙이 짧게 이어지고, 고기리로 곧장 내려갈 수 있다.
고기로가 석운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좌회전하여 석운로를 따라 여우고개로 오른다.
옛날에는 호랑이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여우도 많았나 보다. 과천에서 사당으로 넘어가는 남태령 고개도 원래는 여우고개로 불린 걸로 아는데, 여기저기 여우고개라는 지명이 흔할 걸로 봐서는 얼마나 많은 여우가 살았을까 싶다.
어릴 적 어른들 말씀에 산에 갔다가 여우에 홀려서 이 산 저 산 헤메다 길을 잃었다가, 겨우 집에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많던 여우는 다 어디로 갔을까.
판교에서 오르면 길고 급한 경사가 이어지지만, 반대방향은 잠시만 오르면 군부대 입구 고개 정상에 오른다. 군부대 입구 옆으로 옛길이라고 있는데, 입간판에는 쓰레기 투기가 심해 자동차 출입을 금한다는 문구가 적혀있고, 길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사라져 가는 길이 되어 있다. 이 길로도 언젠간 갈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젠 회만 생각한다. 판교를 거쳐 탄천을 만나니 마음은 이미 횟집에 가 있다.
방어는 부위별로 3칸, 광어, 돔, 연어. 여기에 방어 머리구이. 매운탕거리까지 해서 세 접시 15만원이란다. 이런 곳은 적은 인원이 오는 것보다는 많이 올 때가 유리한 곳이다.
방어는 뱃살 부위는 기름져서 입맛에는 안 맞아, 등살 부위로만 먹는다. 연어는 식감 자체도 별로이거니와 양식산 연어는 자연산 연어와 그 효능을 비교할 수 없다는 글을 어디서 읽은지라 더더욱 손이 안 간다.
회로 채운 배가 불러서, 젓가락 속도가 느려질 즈음 머리구이가 나온다. 담백한 맛에 한 두점 먹지만, 이미 회로 채워진 배는 그렇게 반겨하지 않는다.
맑게 끓인 매운탕은 들어간 소주 양에 비례해서 시원하다. 밥까지 챙겨 먹고 나왔는데 시간은 아직 여섯시가 안 되었다.
캄캄한 바깥을 보고 움츠러들었던 몸이 시간을 아는 순간, 갑자기 여유가 생긴다. 커피 타임.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게 1차 술을 마시면, 2차, 3차 술이 술을 마시는 경지에 이를 때까지 이어지던 그런 때가 언제였나 싶게 2차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카페로 향한다.
라이딩의 출출함을 가득 채운 배는 다시 수다로 그 부피를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인다.
공식 해산.
써린 님과 나폴리아 님은 탄천 자전거도로에서 분당 방향으로 복귀하고, 록키마운팀 님과 미제루 님과 함께 한강으로 달린다. 영동대교에서 헤어져 홀로 라이딩 하는 시간. 밤 공기는 아침보다 포근하다. 날이 많이 풀려서 버프를 하지 않아도 춥지않고 시원하다. 한여름 늦은 시간보다 더 적은 사람의 흔적에 한강은 온전히 내 것이다. 이 맛에들 야간라이딩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라이딩 하는 시간과 먹는 시간을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지 싶다. 그 모든 시간이 잠시라도 즐겁지 않은 시간이 없으니, 세상 어디에서 또 이런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자출사 카페에 번개 공지를 올려 놓고, 처음 만나는 인연을 찾는 즐거움은 마음 한편에 부담감도 있지만, 이미 알고 있는 얼굴들에 각자 라이딩 성향도 알고 있으니 이런 자리는 어색함이 한 겹 벗겨진 상태라 좋다. 아마도 이런 느낌때문에 소모임을 자꾸 만들어지고,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할 게다. 그렇지만 그곳엔 또 다른 문제점을 잉태할 수 있으니,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생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고, 괜히 하는 말이 아닐지니, 항상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길 일이다.
그런데, 술을 너무 많이 마신거 아냐??!!
https://youtu.be/pXpGN9yFyG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