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6 삼막사, 수리산
토요일 한타강 제대로 구경하고 저녁에 과음, 다음날은 점심 해장으로 와인 한 병 등등 피로를 풀기위해 마신 술이 피로를 가중시키는 이상한 습관이 이어져서 온전히 하루를 쉬어주었다.
덕분에 아침 나서는 길은 몸이 가볍다. 너무 자다 보니 몸이 이젠 쉬는게 싫단다. 평소엔 삼막사나 수리산 하나만 들렀다 오니 언젠간 한 번은 한꺼번에 돌아봐야겠다고 한게 한참 전이라 이번에는 기필코 제대로 해보가 싶어 아침 나서는 길부터 무리하지 말고 살랑살랑 타면서 가자했더니 바람마저 도와준다.
그래도 어차피 객관적인 거리는 줄일 수 없으니 경인교대 들어서면서 40km에 근접한 거리가 나온다. 즉 몸은 풀리다 못해 풀어헤쳐지는 지경이라 수리산까지 가겠다 싶기도 하다. 햇살은 쨍쨍하지만 습기가 적어 쾌적한 공기 덕분에 피부에 닿는 바람은 상쾌하다 못해 써늘하게까지 느껴진다.
삼막사, 철탑으로 이어지는 길이 이제는 머리가 먼저 그 길을 알아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을 한다. 삼막사까지는 22분 정도, 이어서 철탑은 10분 정도 걸린다. 이걸 단축할려는 욕심보다는 이 정도 수준을 최대한 유지하고픈 욕심이 앞선다.
철탑에서 내려와 등산로에 있는 그늘 속으로 들어가서 먹는 복숭아는 너무 달콤하다. 좀더 오래 먹고 싶은 욕심도 있고, 얼음이 채 녹지도 않아 물을 부어 여러 번 나눠 먹으니 당도를 적당히 맞춰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하늘이 좋아 찍었더니 촛점이 어디 이상한데 맞춰줘선 아웃 포커싱이 어이없다.
시간은 아직도 오전이라 수리산 가는 건 무리없어 보인다.
맞바람이 조금씩 불기도 하지만, 어차피 속도 줄여서 가기로 한 길이니 느긋하게 안양천을 따라 간다. 금정역에서 수리산 초입까지 가는 길은 연휴 마지막날에 오전이라는게 작용해서인지 차들이 거의 없다. 올라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산에서 먹을까 했지만, 어느 정도 올라가니 편의점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부턴 슬슬 배가 고파지니 뭘 먹을까가 중대한 고민거리다. 그래 얼른 타고 내려가서 전철로 점프한 후 이수역 남성시장에서 순대국에 막걸리나 한잔하자 싶다.
그런 생각만으로 A코스는 그냥 통과, B코스도 그냥 넘어갈 기세여서 잠시 그늘 아래 쉬면서 나머지 행동식을 마저 먹는다.
쉬는 중간 중간 선크림도 듬뿍 발라주며서 얼굴은 이제 좀 그만 까매지면 좋겠다 싶다.
D코스 초입에서 차에서 자전거를 꺼내더니 뒤에 바짝 붙어 오는 사람 덕분에 시간이 단축되어 다시 오거리로 오니 1시가 아직 멀었다. 금정역으로 돌아와 전철에 타면서 아내에게 순대국 먹고 간다고 했더니 안동찜닭 해놨으니 집에서 먹어란다. 뭐 나쁘지 않다 싶어 사당역에 내려서 페달은 밟으니 힘이 하나도 없다. 너무 허기지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게 와서는 시원한 맥주부터 한 잔하고 점심을 해결하니 너무 행복하다.
적당히 몸을 놀려 피곤해진 몸에 배 부르니 무슨 욕심이 더 생기겠는가, 이런게 바로 서민의 행복이다. 등 따시고 배부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