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15 도림천~한강 마실
이틀을 이른 아침에 나가 해저녁에 들어가니 월요일은 나가지 말라는 소리가 나온다.
마땅한 번개도 없고, 몸도 피곤해서 푹(?) 자니, 오전 시간은 후딱 가버린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씻지도 않고 거실에 가만히 누워 선풍기 바람에 선잠이 들었다가 하필이면 배 위에 전화기를 두고 있다가 해밀 님 텔레그램 오는 진동에 잠이 깨었다.
점심으로 항정살을 먹자기에 그럼 와인 한 병 냉장고에 넣어달랬더니, 저녁에 먹어랬는데, 어찌하다 보니 점심에 고기를 먹는다. 그냥 먹기는 심심해서 맥주 한 병 마시니 시원하면서 식욕도 올려주니 좋다.
집 방향이 남서쪽이다 보니 오후가 되면서 햇살이 조금씩 들어오면서 더워진다. 땀을 안 흘릴려고 이리저리 도망을 다녀보지만 좁은 집에서는 한계가 있다.
3시반쯤해서 제대로 집이 데워지기 시작하니, 자전거나 타러 나가지 싶다. 서울대는 1시간 정도밖에 안되는 거리라 갔다오면 더 덥게 만드는 꼴이라 포기하고, 도로 아래를 달리는 도림천으로 피난을 가기로 한다.
총신대로 나가 숭실대로 올라가니 뜨거운 공기가 폐 속을 어지럽힌다. 순간 너무 일찍 나왔다 싶지만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다.
상현중학교를 돌아서 봉천동 현대아파트 숲 속으로 들어서니 겨우 숨을 돌릴 만하다.
관악로를 내려오다 봉천로로 꺾으니, 앞에 로드바이크 한 대가 가고 있다. 딱 봐도 도림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뒤를 따라 가다 신호에 막혀 잠시 설 때 양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도림천 가는 방향을 물으니 흔쾌히 따라 오란다.
해 방향에 맞춰 그늘을 따라 요리조리 길을 따라 가니, 신림동길 '걷고 싶은 문화의 거리'라는 아치를 지나 일방통행로를 따라 가니 도림천을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혼자서 최대한 시간을 보내는, 말 그대로 killing time 이다.
안양천을 만나니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늘막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아무런 감흥도 없이 하늘을, 주변을 둘러본다. 자전거길에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이런 시간을 가질려고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도로에서 차를 운전할 때처럼 한강변 자전거도로는 그냥 도로일 뿐이었다. 뭐 그렇다고 이런 시간이 딱히 재미있지는 않으니 그리 섭섭하지는 않다.
구름 뒤에 숨어 있던 해가 얼굴을 내미니, 마지못해 등 떠밀린 척 일어나, 안양천 서안으로 건너간다. 아무래도 그 쪽이 사람이 덜 다니지 싶다.
뒷바람이 부니 얼굴 쪽은 열기가 식지 않아 이런 때는 앞바람이 아쉽다. 한강으로 합류 후 여의도로 들어서니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잡한 상태다. 평소 낮이면 무조건 피해 가는 최악의 길이다.
여의도 상류 쪽에서 강으로 나가 그늘 아래 한참을 또 쉬면서 시간이 가기를 기다린다.
참 시간 보내기 힘들다 싶다. 한편으론 이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함을 애써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며 한결 시원해진 공기를 느껴본다.
동작대교 지나 수돗가로 가서 수분 보충하면서 한 번 더 쉬어주고 집에 오니 겨우 6시 가까이 맞추었다. 2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움직인 댓가로 옷은 고스란히 젖어서 짙은 색으로 변했고 덕분에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오랜만에 개운하게 자보자 싶어 맥주도 안 마시고 저녁을 먹었더니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늦게 잠이 들었지만, 새벽녘 바깥에서 들어오는 바람은 차갑게 느껴진다. 한여름 캠핑장에서 해가 떨어지는 속도에 맞춰 온도가 뚝뚝 떨어지던 그 느낌이다. 오랜 열대야 속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느낌이 어색하지만 좋다. 하지만 이 또한 몸이 어색해 하니 다시 쉬이 잠들지 못해 뒤척인다. 그렇게 선잠 아닌 선잠을 또 자고 일어나니 출근해야 되는데 몸이 무겁다.
추워도 더워도 탈인 이 몸뚱아리의 간사스러움을 욕하지 않는다. 그 안에 어딘지, 있는지 조차도 모를 이 놈의 정신은 하루에도, 아니 찰나에도 요사스럽고 간사스러우니 말이다.
아~~ 힘들다. 속세에 등 돌리 수 있다면, 이 놈의 욕망을 어떻게 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