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2015. 10. 17. 08:00

지난 7.15 호연지기님, 해밀님이랑 셋이서 운탄고도를 갔더랬습니다. 그 날 호연지기님이 제대로 산뽕을 맞아서 가을에는 가리왕산으로 가자고 그 자리에서 가을 하나를 약속했습니다. 해서 주말 단풍 나들이객을 피해 잡아둔 날짜가 10.16입니다. 

원래는 호연지기님의 초등학교 동기가 정선에 계셔서 가리왕산 임도를 안내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사정이 생겨 동행하지 못한다는 문자가 전날 점심 무렵 들어옵니다.

편하게 있다가 또 다시 길 안내를 해야 하는 날벼락을 맞아 오후에는 자출사 후기와 위성지도를 오가며 대충의 그림을 그리느라 오후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동차를 가지고 가기로 해서 7:30 망우역에 모입니다. 뉴페이스 AAA님까지 넷이 가게 되어 자전거가 다 실릴지 걱정이 조금 있었지만, 다행히 휠셋 분리하니 꾸역꾸역 들어갑니다. 이동시간을 줄여보겠다고 자동차로 이동한 건데, 실제론 버스 시간에 얽매이지 않은 것 외에는 별 소득이 없어 보입니다.


11:00 숙암계곡 앞에서 호연지기님 친구분을 만납니다. 당초 계획은 숙암교 부근에 차를 세워두고 정선군을 거쳐 가리왕산자연휴양림을 돌아 장전계곡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코스였습니다만, 오대천로 전체가 공사판이어서 레미콘 트럭의 질주로 위험하답니다. 차를 가리왕산자연휴양림으로 이동시켜줄테니 장전계곡으로 올라가서 휴양림으로 내려오라고 합니다. 우리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염치없지만 냉큼 제안을 받아들이고 장전계곡 입구로 가서 자전거를 조립합니다.


바로 출발할 리가 있나요. 계곡 앞이 햇살를 잘 받아서 단풍이 예쁩니다. 호연지기님 친구분은 뒷모습만...지난 번 운탄고도에서 내려왔을때는 해미역까지 와서 황기족발을 건네고 가시더니, 오늘은 주먹밥까지 챙겨주십니다.


이건 뭐 친구가 아니라 왠수죠. 좋은 때에 찾아들어 일하는 사람 더 바쁘게만 만들고...


  

장전리로 가는 길은 완만하게 오르막이어서 천천히 오르면서 어깨 옆으로 계곡 맑은 물도 구경하고, 앞으로 옆으로 펼쳐진 수채화도 구경하면서 갑니다.




이 놈의 전봇대는 이끼계곡까지 이어져서, 그것도 너무 촘촘하게 서있어서 경치를 망칩니다만, 이 곳에 사시는 분들 전기를 끊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털보네민박이 나오니 길이 두갈레 나뉘고, 우리는 이끼계곡 쪽으로 길게 갑니다. 사실은 그냥 아스팔트 포장도로따라 갑니다.




하늘은 외계인이 지나가기라도 한듯, 특이한 모양의 구름을 많이 보여줍니다. 



출발시간이 12시가 다 되어서인지라 가을날씨에 산 속에 늦게까지 있을 수 없어 길을 재촉한다고 냅다 올라갔더니, 해밀님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뒤도 돌아가 보니 뒤 변속이 1, 2단에서 제대로 안되어 기름때를 묻힙니다. 왠지 마음 한 켠에 오늘 일정을 방해할 일들이 계속 생길까 불안합니다만, AAA님은 차에서부터 이어진 먹방을 틈만 나면 보여 주며 잠시 웃게 해줍니다. 


다시 달리고


이 앞에서 다리를 건너면 


길이 몹시도 화를 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이고, 단풍이 사방에 흐드러져 힘든 시간이 많이 위안이 됩니다. 이 길로 하산했더라면 제대로 구경하지 못할 멋진 경치가 머리 위에 펼쳐지기에 덜 힘듭니다. 


이끼계곡은 아쉽게도 철조망으로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그래도 들어갈 사람들은 들어가겠지만요.


다시 출발하려는데, AAA님 뒤 타이어가 납작해집니다. 두사람은 먼저 출발하고 재빨리 뒤처리 들어갑니다. 압정을 하나 드셨네요. 주인만 혼자 먹는다고 자전거가 뿔난 모양입니다. 덕분에 쉽게 구멍을 찾아 때우고 다시 출발하니 눈 앞에 발심사 입구가 길은 길인데 길 아닌 자태로 당당히 서 있어 순간 당황했습니다만, 들어오지 말라고 나무가 가로로 길게 누워 있습니다. 이정표에 등산로로 마항치까지는 350여m밖에 안됩니다. 우리는 발심사 앞의 임도로 멀리 돌아가지만요.


이제부터 비포장 임도가 시작됩니다만, 여기서 또 사건이 생깁니다. 해밀님이 사진에 심취해 있던 순간에 자전거가 쓰러지면서 바엔드를 고정하던 부품이 깨져서 그립이 고정이 안됩니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 부품 찾기를 포기하고 임시로 그립을 고정시키는데 다행히 헐겁지 않아 주행은 가능해 보입니다. 아니었으면 먼 길을 그립 없이 핸들바를 날로 잡고 가야할 뻔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가을 느끼기 위한 설레임. 


여자분들은 이미 출발한지 오래지만, 이런 풍광을 보고 그냥 갈 수 없습니다.


해밀님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한동안 그렇게 보고, 즐기고 하다 다시 출발합니다.



이 분들 그냥 쭉쭉 가시지, 중간에 이렇게 대기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앞으로 더 이상의 불상사는 생기지 않습니다. 길도 이제는 경사도가 없다시피합니다. 




좋은 곳이 나오면 해밀님은 바빠집니다. 저하곤 다른 모습이죠. 전 후다닥 대충 찍고 그냥 가버리는데, 그 차이가 질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어느 순간 단풍과 푸른 사철나무가 이어지는 절묘한 곳이 나옵니다. 물론 사진은 대충 찍으니 그 상황이 제대로 나오겠습니까만은, 저는 뇌리에 정확히 새겨 놓았으니 그걸로 충분합니다.




너무 달렸나 봅니다. 밥도 잊고 있었네요. 주먹밥을 내 놓으니 김치까지 1인 포장으로 해 준 친구분의 정성이 고마울뿐입니다. 해밀님이 찍은 사진에서 확인하시고(아마도 동영상에서 잠깐 나올겁니다).


마항치가 얼마 안 남았다고 나옵니다. 하안미리 방향은 지는 해가 산비탈을 비추는게 단풍이 좋아 보입니다만 거리가 좀 되니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마항치로 가는 길은 어릴적 신작로보다 상태가 더 좋습니다. 이런 곳은 언제나 해밀님이 있습니다.









길이 좋아 원없이 쏘아 봤습니다. 그것도 지겨울 때쯤 드디어 마항치 사거리에 도착합니다. 역기가 오늘 일정이 얼마나 지체될지 가늠할 곳인데 예상보다 크게 지체없이 왔습니다. 


그래서 잠시 또 여유를 부려봅니다. 이후로는 쉼없이 달려야 하지 않을까 해서 휴식을 겸하는 거죠.



자출사 후기에서 본 저 곳이 뭔가 궁금했는데, 산삼이 나오는 산을 보호하기 위해 봉인했다는 표지입니다. 그럼 이 곳은 산삼이 많이 나온다는 곳이니 내려가는 길에 눈을 크게 뜨고 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발 밑에 있어도 모르고 밟고 지나갈 까막눈이니 바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이 분들은 또 먹방을. 가방에 넣어가는 것보단 몸 속에 넣는게 편하긴 하지만 저녁을 어떡하실려구...



한번씩 오르막이 나오기도 하지만 하산길이니 마음이 가벼워서인지 힘들지 않습니다라고 하고 싶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


벽파령 삼거리가 나오니 정말로 다 온 느낌입니다. 잠시 자전거를 내려두고 벽파령을 올라가볼까 했지만 등산로가 눈에 안 보여 그냥 하산하기로 합니다.


바리케이트 앞입니다. 이젠 다 왔겠거니 했는데 아니네요. 휴양림 입구까지도 거리가 상당합니다. 


꽤 되는 거리는 콘크리트 포장길을 내려와야 됩니다. 비포장길보다야 편하니 마음껏 내리 쏘니 이제 추워집니다. 


휴양림 입구에 친구분이 나와 계셔서 두대의 차에 나눠싣고 식당으로 향합니다.

펜션을 같이 하고 있어 첫인상은 이게 뭐지했는데, 백숙과 곤드레밥이 맛깔나는 집입니다. 호연지기님 친구분이 적극 추천 하는 집입니다. 친구분 고산트레킹 경험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입과 귀가 같이 즐거웠습니다.


저녁 식사 후 해밀님과 저는 복귀하고, 두 분은 정선역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고 내일 볼 일을 본답니다. 저도 여유가 되면 하루 더 묵고 단임계곡 한바퀴 돌고 갔으면 싶습니다. 


가을 임도는 눈이 제일 호강하는 시절입니다. 단풍을 딱 맞춰서 라이딩하는 것도 복인데, 먹거리까지 맛있으니 입도 호강합니다. 게다가 멋진 친구분 덕분에 마음까지 호강한 하루였습니다.


너무 좋은 일이 많았으니 호사마다라고 이젠 호연지기님과 조금 멀어져야 할 듯합니다. 잠시 멀리하고 아쉬움이 생길 때 -내년 봄바람 불 때나 뵐까요?!-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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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ateButNotTooLateTo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