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2016. 5. 19. 10:03


이맘때가 절정이라는 시화호 매립지 삘기꽃. 

인터넷 상에 떠도는 세렁케티를 연상케하는 멋진 사진들을 이미 봐왔기에 무조건 가는 걸로 정한다.

마침 일도 요즘 숨 돌릴 여유가 있으니, 이틀 전 양해 형식의 사전 예고를 하고 홀가분하게 나선다.


평택시흥고속도로로 시화호를 건너면 고속도로에서도 삘기꽃의 하얀 물결이 펼쳐진다.

송산마도IC를 나와 미리 지도에서 찍어둔 고포1리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은 포도밭이 이 곳이 깊은 시골임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상당히 많은 언덕을 공장이 차지하고 있어 시야를 거슬리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을회관까지 들어갈 필요 없이 적당한 공터에 차를 세우고 자전거 조립에 들어간다. 차 속과 달리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전에는 섬이었을 이 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매립지 상태의 마른 뻘밭을 만난다. 갈대며 삘기며 멀리서 보면 잔디처럼 펼쳐진 것이 지평선까지 이어지니 뻥하니 뚤린 시야가 좋다.




저 멀리 보이는 수섬. 사진애호가들의 주요 포인트.

마른 뻘밭은 멀리서 보면 시멘트포장처럼 보이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살짝 습기를 머금고 있어서 자전거가 잘 나가질 않는다.





언뜻보면 어린 갈대 아닌가 싶은데, 키가 갈대보다 작고 삘기(띠의 어린 순) 모양이 갈대랑은 다르다. 띠가 정식 명칭이고, 띠의 새 순이 삘기인데, 그냥 삘기라고도 한단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우사가 아닌가 싶다. 소를 풀어놓았으면 더 목가적인 풍경이 연출되었을텐데 아쉽게도 오늘은 소가 보이질 않는다.


수섬은 옛날에는 낚시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목장 건물로 보이던 방향에서 사진애호가들이 서서히 몰려들어서 이 수섬 위로 올라온다.



자전거 풍경을 찍혀주고, 대신 사진을 받기로 한다. 


그래도 우리끼리도 사진 놀이는 계속된다.















아까 내려왔던 고속도로 근처에는 이렇게 인공호수가 생겼다(?). 주변은 흙밖에 없어 삘기가 초원을 이룬 좀전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멀리서부터 자전거를 타고왔더라면 이 정도 거리와 풍광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차를 코 앞에 두고 왔더니 좀 허전하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기 전에 잘못 들어섰던 곳,  형도로 향한다.

산 머리가 쪼개져 두가닥이 나 있는 것이 조금은 흉물스럽더니, 마을 입구는 폐가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꼭대기에 있던 교회까지 올라가니, 그 뒤로는 마산초 형도분교 자리다. 나중에 찾아보니 졸업생을 100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폐교한 조그마한 학교다.








교회 입구 십자가는 여느 교회 건물처럼 커다란 십자가가 있지만, 뒤쪽은 이렇게 앙증맞은 십자가가 오히려 이 마을 규모에 맞는 모습처럼 적당하다. 이 십자가만 있었더라면 종교가 없더라도 한번씩 들어와 보지 않았을까 싶은 친근감이 생긴다.





다시 마을길로 내려왔다가 좀전에 트럭 한 대가 지나가던 마을입구 왼편 길로 돌아가니 임도가 나와서 올라 본다. 반쯤 올라오니 길이 없다던 동네 사람 말과 달리 교회 바로 아래의 길과 이어진다.

토석채취장이 아니었다 싶다. 지금은 붕괴를 막기위해 그물망이 처져 있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던 마을 뒷길로 내려오면 새로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 마무리가 덜 된 길이다 보니 덤프트럭이 부려놓은 흙더미 옆으로 조심해서 걸어 나와야 한다.

하필이면 물가 옆에서 미끄러져 신발까지 살짝 적시는 사태가 발생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형도 앞에는 곧게 뻗은 아스팔트 포장길이 있지만 길을 막아서 자동차 출입을 못하게 해놨다. 사고가 많아서 폐쇄한다고 입간판이 서있다. 이 길로 바로 오이도로 넘어갈 수 있는데 길이 막혀 돌아가야 도는데, 얼마나 사고가 많았으면 그랬겠나 싶다.


원래는 일몰까지 보고 올 계획이었는데 일몰시간(7:48?)을 보고는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어섬으로 일몰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는 해가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고포2리 방향으로 한치의 굽이도 없이 직선으로 뻗어 있던 길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옆 가드레일로 건너 뒤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이런 길도 한번쯤 달려봄직하다. 물론 김제에서 이런 길을 달리다 정신줄이 나갈 뻔한 경험이 있지만, 잠시 잠시는 즐거움이다.


어섬 앞 뻘밭은 죽은 갈대 아래 삘기가 그 초록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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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ateButNotTooLateTo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