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도심랠리에서 늘푸른 님이 돌아본 코스를 이후 번개로 올려서 따라 나선 길이 좋아 이번 도심랠리는 작정하고 기다린다.
어떻게 운이 좋아 도심랠리 공지 글이 올라오자마자 등록하고, 늘푸른 님의 번개가 올라오자 냅다 댓글도 단다.
원주에서 작정하고 달려온 젊은 사람들이 많아, 서울 쪽에서는 5명밖에 합류를 못했다.
서울 지역 사람들.
첫 무인 포인트. 살곶이다리 앞. 출퇴근길이지만 그냥 지나가다 역사 설명을 들으면서 바라보는 길이 새롭다.
청계천 판자촌 지나 영도교. 이번 도심랠리 무인 포인트는 늘푸른 님 작품이라는데, 영도교를 찍은 이유는 단종과 정순왕후가 헤어진 다리라 그런 걸로...
청계천에서 나와 동묘로 가는 길에 유통기한이 임박해서 싸게 판다는 과자를 저마다 한두개씩 산다.
오늘은 삼일운동이 주요 테마다. 길거리 표지석으로 무의미하게 지나갈 일이지만, 늘푸른 님 덕분에 새삼스럽게 보이는 것들이다.
또 하나의 테마. 단종. 단종 비 정순왕후가 단종과 이별하고 머물던 정업원 터. 청룡사와 붙어 있다.
영조 글씨라는 현판. 前峯後巖於千萬年 (앞 봉우리 뒤 바위는 천만년을 가리라) 정순왕후가 단종이 유배간 영월 방향을 바라보며(그래서 여기 길이름도 동망산길이다) 그리워한 마음을 생각하며 적은 글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맞은편에서 낙산공원을 올랐는데, 이번에는 반대방향에서 낙산공원으로 오른다.
고개를 넘어 한숨 돌리며 비우당에서 역사 한구절이 또 나온다. 청백리 지봉 이수광 + 정순왕후의 紫芝洞泉
낙산공원에서 이화장 방면으로 넘어가는 길에 보이는 조망도 일품이다.
이화마을 계단의 그림은 오데간데 없다. 마을 주민 중에 재생사업을 반대하는 누군가가 지워버렸단다. 본인의 사생활과 재산권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어쨋든 처음에는 반대하지 않았을 터인데 서울시와 조율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어쩔수 없다.
창덕궁 돈화문. 대학 시절 5개궁을 돌아본 기억은 가봤다는 흔적만 남아, 다시 보는 돈화문이 새롭다.
북촌길. 매번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다 위로 바라보는 길이 새롭다.
내려다 보이는 기와지붕이 정겹다.
탑골공원, 소녀상 등등 몇군데를 더 돌아보고 청와대 앞을 지나 사직단까지 내려 갔다가 서촌 마을 주변 순대국으로 점심을 먹는다. 계속 움직이니 뭘 먹을 틈도 없어 처음으로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시간이다. 이 시간도 후딱 해치우고 수성동 계곡을 올라 인왕산으로 해서 독립문으로 향한다.
조계사 옆에 있는 보성사터.
소녀상. 낯설지 않은, 언제나 마음 아픈 그런 곳. 젊은 피가 살아 있음을 볼 수 있어 한편으론 위안을 받은 곳.
도심 풍광 중 좋아하는 한 곳. 수성동 계곡.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 분위기라는 것도 신기하고, 안평대군 덕분에 탄생한 안견의 몽유도원도 배경 중 일부이기도 하단다.
먼지가 많이 걷혀서 시야가 넓다. 인왕산 성벽길이 현대건물과 어색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길로 해서 딜큐사로 내려가지 않고 인왕사 쪽으로 도로를 탄다.
인왕사로 내려가는 길은 과연 반대로 올라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가파르다.
독립문에 2시가 조금 지나 도착하니 도심랠리 운영진들이 철수 중이다. 여긴 2시까지가 마감시간이었단다.
운영진, 자원봉사자분들이 장비를 치우다가 현수막을 건네 주시고, 사진도 찍어준다.
아빠와 함께한 귀여운 꼬맹이. 부럽다. 나름 같이 공유한다고는 했지만 내 시각에서의 공유에 불과했기에 나이가 들멸서 애들은 자꾸만 품을 벗어나고 돈만 요구한다. 쩝.
최종지점인 청계광장은 3시다. 4시로 생각했던 늘푸른 님의 자전거 속도가 올라간다.
그 와중에도 경교장, 경희궁,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 소녀상, 덕수궁, 도로원표를 말 그대로 주마간산으로 둘러보고 청계광장에 도착하니 3시 마감시간이 다 되어 간다.
여기서 원주 원정팀과 헤어져 복귀하는 길, 청계천을 따라 가지 않고 남산으로 오른다. 소파로를 따라 올라 소월로에서 후암동으로 내려와 전쟁기념관을 지나면서 늘푸른 님이 이러저리 도는 이유를 알겠다. 도심 포인트 찍은 곳을 다 돌면서 가는 길이다.
출발지인 반포대교에서 한강을 건너 늘푸른 님 떠나고, 나머지 일행은 안양천 방향으로 간다.
이렇게 서울 도심을 구석구석 돌아 온 길. 나중에 기억하기도 어려운 길이다. 아마 늘푸른 님 성격에 한번 더 번개를 올리지 싶다. 그때 또 따라 나설 것인가 말 것인가 살짝 고민이다. 아마 이 걸 다 돌면 저녁 때가 되어야 집에 들어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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