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풍운아 님이 허리 시술 후 번개 공지를 쉬고 있으니, 주말에 갈 만한 곳이 없다.
토요일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홀대하고 있는 우면산을 가기로 한다. 우면산 거쳐, 오메기고개, 백운산, 의왕호수를 거쳐 수리산으로 복귀하면 되겠다 싶다.
아침 하늘이 스산해서 김밥을 사들고 나서려던 계획은 접고 중간에 사 먹을까 싶다.
전철 타고 점프하는 것 없이 집에서부터 달리기 시작하니 상쾌하다.
하지만 그 느낌도 잠시, 어제 만지작거린 보람도 없이 페달링할 때마다 체인링 부근에서 나는 소음은 여전하다.
이젠 체인링을 교체해보든가, BB를 교체해 봐야할 모양이다. 이건 그냥 장기 숙제로 냅두고...
양재천 버드나무의 축축 늘어진 가지는 자전거 타기 좋은 높이에서 하늘거리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여긴 봄에 와도 좋지만, 이맘때도 덥지 않고 버드나무와 억새를 보며 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송동마을에서 올라가는 길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그만큼 이젠 여기를 안 오고 있다는 말인데...
급경사 구간이 아스팔트 포장이 곱게 되어 있어, 업힐이 덜 힘들다. 공군부대 앞까지 어렵지 않게 올라와 잠시 휴식 후 싱글로 들어간다.
짧지만 급경사의 등산로 초입은 오늘도 실패다. 한 번 더 해봐도 여전하다. 여기서 한 번 다친 이후로는 자꾸 몸이 움츠러드는게 어쩔 수 없다.
나무 계단을 다 내려와 잠시 타본 걸로 위안을 삼고, 나머지 구간은 여전히 급경사에 등산로가 자꾸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돌을 쌓아둬서 탈 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무난히 내려오나 싶었는데 물길이 파인 곳을 내려오다 넘어지면서 왼쪽 다리를 긁어 먹었다.
조금 따끔거리나 싶더니, 이내 피가 나면서 굳지를 않고 계속 흐른다.
오늘도 싱글은 안되는 모양이다. 나머지 구간에서도 곧잘 뒷바퀴가 슬립이 나면서 타고 갈 구간이 자꾸 짧아진다.
오늘은 싱글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그냥 집으로 복귀하기로 한다.
남태령고개 방향으로 틀어서 등산로를 탈출하기까지는 그래도 무난하게 진행이 된다. 바퀴 트레드가 깊지 못한게 우면산 돌길에서는 산악자전거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막는 주요인이 아닌가 싶다. 일년에 몇 번 우면산 오자고 별도로 타이어를 사기도 그렇고, 또 올 때마다 넘어지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을 모양이다.
오후에는 로드바이크나 타자 싶어,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하다가 분원리를 가보고 싶어진다.
낙타등이 여러 번 연속되는게 로드바이크에 적당한 길이지 싶다. 양평에서 돌아오는 걸로 계획을 잡고, 이른 점심을 먹은 후 이촌역에서 12:13 출발하는 용문 방면 전철을 탔다. 예상과 달리 자전거가 좀 있다. 그래도 한 낮의 시간이어서 자리는 금방 난다. 아니 로드바이크 한 대가 세워진 곳에 팻바이크를 세웠더니 신경쓰였던지 자전거를 들고 서 있어서 요행히 앉았다.
식곤증으로 잠시 졸았지만 고작 두세 정류장 정도에 불과하니 1시간 여을 지루하게 앉아있다 1:30 정도에 양평역에 내렸다.
바로 출발해서 양평대교를 건너 광주 방향으로 가다가 중국요리 배달 오토바이랑 충돌할 뻔한 순간도 있어 이후로는 후드에서 브레이크 레버 쪽에 손을 얹고 타자니 어깨며, 손의 피로가 빨리 온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에서는 경찰이 양 방향으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이 동네 음주 운전이 심한 모양이다. 가뜩이나 오토바이 추돌 직전까지 간 여운이 남아 있는데, 차들까지 음주운전을 할거라고 생각하니 짜증이 밀려온다.
계획대로 강하체육공원에서 주 도로를 탈출해서 성덕리~항금리로 우회한다. 이후 항금리를 내려올 때까지 차를 거의 만나지 않으니, 이 길은 무조건 애용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업힐이 좀 길게 이어진다는 건 반갑지 않은 사실이다. 반대편으로 넘어오면 업힐이 짧은데, 성덕리에서는 너무 긴 느낌이다. 반대로 오면 또 반대편이 길게 느껴지려나...
왕창리에서 다시 분원리 가는 길을 접하니 차들이 조금은 줄었지만 여전히 드라이브하는 차들이 많다.
그래도 홍가네슈퍼 이후로는 갓길이라도 좀 넓고 로드바이크 천국답게 차들이 알아서들 서행을 하거나 저멀리 비켜서 추월해 가니 한결 편안하다.
낙타등을 몇 고비를 넘어서면서 로드바이크도 자전거이지 오토바이가 아님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고 뭐할려고 이 짓을 하고 있나 싶다.
귀여리 귀실 앞에 있는 이동식 커피 트럭에서 냉커피에 시럽까지 넣어서 한 잔하니 더위와 갈증에 나갔던 정신이 좀 돌아온다.
팔당댐까지는 익숙한, 그러면서도 차와 못내 불편한 동행을 계속하며 넘어오는데, 그나마 검단산이 해를 가리고 있어 한결 수월하다.
팔당에서 점프를 할까 하다가 시간이 너무 많아 그냥 자전거로 복귀하기로 한다.
이젠 차들과 실랑이할 필요가 없으니 속도를 무리하게 낼 필요도 없어서 나름 순항속도를 유지하며 암사동까지 와서 수돗가에서 물을 보충하고 그늘 가에 가니, 전철을 같이 타고 왔던 젊은 친구 한 명이 친구들이랑 같이 있다. 누구는 한강에만 나오면 본 사람을 자꾸 본다더니 이런 우연도 참 특이하게 느껴진다.
힘은 많이 빠졌기만 그래도 마지막 빛을 세차게 뿌리는 태양을 쳐다보며 달리는 것도 고역이다. 처음에 양평으로 점프한게 바람 방향을 보고 그런건데 양평에서부터 줄곧 맞바람이다.
그래도, 앞 자전거 뒤에 살짝 숨기도 하면서 꾸역꾸역 오니 서래나들목까지 와 진다.
앞으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짓을 한 느낌이다. 집에 와서도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겠다.
긁힌 자리 덧날까봐 맥주 한 모금을 참고 있자니, 이것도 벌칙처럼 고역이다.
'자전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1003 비를 핑계로 하트코스 크게 돌면서 고개 넘기 (0) | 2016.10.04 |
---|---|
161001 가평역~방하리 임도 ~ 관천리 임도 ~ 봉화산 임도 ~ 깨길고개 ~ 김유정역 (0) | 2016.10.02 |
160923[We,With no regrets] 안반데기 후기 (1) | 2016.09.24 |
160918 가곡리, 내방리 임도 (0) | 2016.09.19 |
160908 평일 번개(남북) (0) | 2016.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