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랑 하는 캠핑이 연례행사가 되어 두번째다.
휴가 남은걸 이용해서 해맞이는 아니고 조금 색다르게, 그러나 조용히 보내고 싶어 어디를 갈지 고민한다.
자전거 타고 다닐 때 보면 강천섬이 한적하고, 겨울이라서 자전거도 거의 없을 것이니 딱이다 싶은데, 검색해보니 강천섬 자체는 캠핑이 안 되는 모양이다. 딱히 금지는 아닌데 기본 시설이 안 보인다.
이포보는 그늘이 없어 그닥 마음이 안 갔는데, 겨울이니 그늘 없는게 오히려 장점이 되겠다 싶어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오토캠핑장은 빈 자리가 없다.
웰빙캠핑장은 그래도 자리가 많기는 한데, 데크는 31일부터 빈자리가 안 보인다.
4대강변은 원래 무료인줄 알았더니 여기저기 유료로 전환되었고, 이포보도 내년 1.1.이후는 유료이다.
본의아니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무료로 이용하는 행운이 있다.
가는 길에 양평 신내해장국으로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이포보로 들어가니 횡하다. 옆옆 사이트에 한 동 외에는 아무도 없다.
초창기에는 차를 옆에 주차했던 모양인데 자전거도로와 교차하면서 문제가 많으니 텐트 옆에 주차를 못하게 한 모양이다. 애초에 설계를 좀 제대로 하던지...
오랜만에 만져보는 리어카다. 둘이서 왔더니 대충 실어도 두번이니 다 옮져진다.
먼지인지 안개인지 시야가 깨끗하지는 않지만 햇볕이 좋으니 침낭도 말려보면서 한가로움을 즐긴다.
봄기운처럼 포근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겨울이라고 싸늘하니 화로도 일찌감치 피워서 따뜻함에 몸을 맡겨본다.
의자에 눕듯이 앉아서 창 밖을 보니 뜻하지 않게 차경이 나온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어스럼이 내릴 즈음 일찌감치 난로대를 이용해 먹을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간단히 양고기로... 일기예보가 오후부턴 눈이 예상된다고 해서 화로대를 가져오지 않으니 번거로움이 많이 줄어든다.
어둠이 들고 바람이 거세진다 싶더이 눈보라가 친다. 텐트에 떨어지는 눈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다.
비 올 때의 그 양으로 보면 엄청난 눈이 쌓일듯하더니 눈 내린 시간이 얼마 안되다 보니 도로에는 눈이 쌓이질 않았지만, 캠핑장 잔디 위에는 눈이 조금 쌓였다.
제주 아리수목장의 몽환적인 느낌이 비슷해서 보기 좋더니, 해가 떠자마가 빠르게 녹기 시작한다.
이포보 옆 파산성으로 올랐다. 성벽 복구가 한창인 모양인데, 정상까지 그리 높지 않아 산책삼아 오르기 좋다. 정상에는 어김없이 소원을 빈 흔적들이 보인다.
아주머니 한 분이 먼저 와 계시더니 따라 온 강아지 한 마리가 다른 사람을 만나니 좋은 모양이다. 주변에서 꼬리를 흔들며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덕분에 무뚝뚝이도 웃음을 머금는다.
점심부터 맥주 한 잔 마시고 졸면서 하루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퍼져 있다보니 또 하루가 간다.
저녁 때가 되어도 예약이 만원이었던 데크에는 고작 텐트 한 동이 다일 뿐이다. 아무리 공짜라고는 하지만, 예약을 했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취소를 해줘야 정작 필요한 사람이 올 거 아닌가.
시설은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 등등 나무랄데 없고 난방도 잘 되고 있으며, 수시로 관리인이 드나들며(정작 보질 못하다가 철수하는 때에 한 번 봤다) 관리를 하고 있는 곳이다. 그늘이 없어 여름 주변으로는 오기 그렇지만 겨울 한철은 정말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2박3일, 만 이틀 정도를 주변의 방해없이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 있다 오니 몸이 움직이고 싶어 한다. 오랜만에 캠핑다운 캠핑을 즐기고 온 날들이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그 날을 위해 장비들은 창고에 짐이 되어 쌓여 있어야 된다니 안타깝다.
'캠핑'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10.17~18 가평 목동유원지 (0) | 2015.10.18 |
---|---|
2014.12.25~27 설악동야영장 (0) | 2014.12.29 |
2013.10.19~20 속리산 사내리 (0) | 2013.10.21 |
2007.5.27. 첫 캠핑-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0) | 2013.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