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휴식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사진 찍기도 싫어지고, 글쓰기도 싫어집니다. 겨울이라고 장갑도 벗기가 쉽지 않은게 한몫합니다.
이른 아침에 해밀님이 몸상태가 좋지 않다고 불참을 알리는 전보가 날라옵니다. 모든 걸 잠시 쉬면서 자전거만 타야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저녁이 되니 사진이 제 컴으로 날라오고 후기의 압박이 들어옵니다. 그냥 서로들 사진만 교환하시지,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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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앞 살곶이체육공원 앞에서 호연지기님, AAA님과 만납니다.
AAA님이 오늘 가는 코스는 걸어서 다 가봤지만, 호연지기님은 아무 곳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하니 어디 한 곳 생략할 수가 없습니다. 늘푸른님의 서울랠리 코스를 온전히 돌아야 할 모양입니다.
청계천 판잣집을 향해 출발하려고 하니, 출발 전 사진 찍자고 합니다만 '장비 없음'으로 버티기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게 안 먹힙니다. 서로들 전화기를 꺼내 넘겨줍니다(아~~이거 아닌데...손 시려 C~~).
너무 일찍 왔습니다. 10시부터 열어서 바깥만 보고 지나갑니다.
다음은 비우당. 보문역까지는 성북천 자전거도로로 이동합니다. 보문사 입구부터 뒤에서 목소리들이 높아집니다.
ㅋㅋ 서울이 "산"이라는 사실을 맛보는 여행이라고 미리 알려줬는데, 왜들 그러시는지.
비우당도 이른 시간이라 문이 닫혀 있지만 열쇠가 채워져 있지는 않아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낙산공원에 올라가서는 흥분한 마음들이 조금 수그러듭니다. 좋은 풍광이 좀전의 힘든 업힐을 다 보상해준거겠지요.
호연지기님이 싸온 단감도 먹고, 테이크아웃 트럭의 커피도 한 잔하면서 다소 이른 출발에서 오는 여유를 즐겨봅니다.
나무 사이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도심은 고층빌딩 속을 올려다 보는게 당연하던 지금까지와는 다소 낯선 풍경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다 보니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사진 찍기는 마땅찮습니다(라고 해봅니다).
얼마나 있었는지 아침의 차갑던 기운이 사그라들고 따스한 햇살에 몸이 한결 가벼워져서 출발을 서둘러봅니다만, 뒤를 돌아 보니 일행이 보이질 않습니다. 안 찍어주니 스스로들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계속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이젠 길상사로 갑니다. 두번째 오는 길이라고 낯설지 않습니다(원래 요정이라서 전생에 익숙한 놀이터인 탓인가 ㅎㅎ).
그 의자에 앉으니 손에 쥔 전화기가 내려지더이까?
부도도 아닌 것이 부도처럼 있는게 사리 줍지 말라는 법정스님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듯 불편합니다만, 이거라도 없으면 유골 모신 곳이라는 표지판으로는 중생의 눈에 띄지 않을려나요.
심우장 가는 길, 대사관로는 북악에서 내려오는 차들로 정신이 없습니다. 심우장은 지난 번 행사로 번거롭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조용히 방을 청소하고 계시는 관리인인지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떻게들 각자의 소 한마리씩 찾으셨는지, 아니면 운동한 몸을 위해 저녁 거리로 소고기만 드셨는지. 뭐 몸이나 혼이나 한쪽이라도 소를 찾기만 해도 다행이지 싶습니다. 저는 소고기 한 점만 먹었습니다. 혼이 비정상이라서 도저히 그 이상은...
성너머집에서 밥 먹고 가자고 계단을 열심히 올라왔건만 식당 앞 마당을 보니, 조금 이상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차가 한 대도 안 보입니다. 공원화 정비사업으로 이전했다고 약도가 있는데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얼릉 내려가서 통인시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그렇다고 북촌을 그냥 통과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하던 공익광고(였나요)가 낯설어지는 시대를 살다보니 우리 것인데 우리 것이 아닌 듯 어색하고, 외국에 온듯한 어이없는 현실입니다. 여긴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아쉽습니다만, 사진을 찍어줘야죠.
해밀님의 손이 아쉬운 곳입니다.
따지 않고 남겨 둔 감은 꽃을 대신합니다.
전화기로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으니 DSLR를 들고 계신 분이 사진을 찍어서는 옆에 있는 프린터로 인화까지 해줍니다.
경사 났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란다고, 파일로도 달라고 해보라고 서로 미룹니다. 급기야는 저한테 숙제가 떨어집니다. 선선히 카톡 ID를 주면서 파일 주겠다는데 인화한 사진도, 파일도 공짜입니다. 파일로만 보는 사진을 오랜만에 인화지로 보니 색다릅니다. 습관이라는 건 사람을 매너리즘에 빠지게 하는 경향이 있으니, 조금씩 비틀어 보는 것도 좋은 일인듯합니다.
통인시장 입구 쪽 영화루 짬뽕. 셋이 통일. 해밀님이면 짜장인데 ㅎㅎ
통인시장 한바퀴 둘러보고(저야 한번 봤으니 두번은 안 봅니다. 제일 싫은게 장 보는 거라서) 호떡 하나씩 간식으로 먹고, 만두는 싸들고 갑니다.
수성동 계곡으로 오르니, 먹은 호떡 재생산하겠다고 난리가 납니다. 정선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걸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이 귀찮을 뿐입니다. 하지만 사진 찍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듯, 즐겁게. 일전에 왔을 때는 정선 그림이 흐릿했는데, 다시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습니다.
인왕산 자락길. 한명은 타고, 한명은 끌고.
급한 호흡 가다듬기가 잘 안되네요. 법정의 의자도, 심우장의 기운도 도움이 안됩니다. 그냥 그저 열심히 타야죠. 가리왕산에서 노래하던 그 기세면 잘 타고 올라 올건데...
오늘의 두번째 성곽길. 인왕산때문인지 왕래하는 사람이 많아 조금 눈치가 보이는군요.
딜큐샤, 홍난파 생가는 생략. 할려던건 아닌데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가 올라 가기가 난망해서 그냥 독립문으로 내려갑니다. 사실 잘못 내려온 길의 기세에 눌렸습니다. 자동차도 제대로 올라가려나 싶은 길입니다.
서대문형무소는 스쳐지나가면서 보고, 한성과학고로 올라갑니다.
안산 자락길을 돌아서 내려 올 때는 조용하더니, 이대 산학협력관으로 올라가니 뒤통수가 따갑습니다. 어디 돌멩이라도 있으면 날라올까 무섭습니다. 늘푸른님보다 수월하게 최대한 안 내려가고 치고 올라간건데.
연대 동문으로 내려왔다가 북문까지 오늘의 서울 시내 업다운이 마감되었습니다.
아니네요. 연희삼거리에서 증가로로 우회전했더니 경사도 10%, 마지막 보너스가 하나 있습니다.
홍제천을 따라 성산대교로 내려와 한강입니다. 겨울이라지만 4시 언저리라서 해도 여유가 있습니다. 통인시장에서 산 만두는 식었지만 맛있네요. 에너지 보충하고 뒷바람까지 도와주니 복귀길이 편안합니다. 잠수교에서 일행들과 헤어집니다.
다들 잘 들어 가셨죠? 안녕들 하시니 사진도 보내주고 했겠죠.ㅋ
숙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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