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2017. 5. 29. 10:54

오랜만에 바람 님이 글을 올렸다. 그것도 금요일 저녁, 느닷없이.

인원은 10명. 금방 마감된다.


강경선으로 접근하기가 쉽지않다. 신분당선은 자전거 탑승 금지라서 우회해서 이매역까지 가야되니,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이 1시간 반을 넘긴다. 모임 시간에 맞춰가나 조금 일찍 가나 큰 차이가 없어 여유있게 일찍 가자 싶어 나선 길인데,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참 사람 많다. 


바람 님이 인사말에서 오늘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러 나서는 참이라 잘못 들어갈 수도 있고, 심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결과는 엄살이었지만, 아마도 싱글 타는 홍어무침 님을 보고 미리 다짐을 한 걸로 보인다.


곤지암역에서 상림리를 갈 때까지는 날씨도 예보와 달리 서늘하고, 공도, 자전거도로 등등을 타고 가니 몸도 무겁고 살짝 심심하다. 하지만 서울대 학술림 앞을 지난 후부터는 분위기가 제대로 나온다.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넘어가는 길들은 항상 그렇지만 힘들다. 산으로 끊어진 마을끼리 왕래하는 길은 그 산 허리를 끊지 않고 그냥 타고 넘어다니다 보니 저절로 만들어진 길이라 비록 짧기는 해도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해발고도는 300 m 남짓이라고 하지만, 이런 길을 이고지고 넘었을 조상들의 고난한 삶이 자전거에 실린듯이 힘겹게 오르지만, 그 능선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람이 쓰다듬어준다.





생거진천, 사후용인. 아니다. 요즘은 용인이 사람 사는 최고의 자리가 되어서인지  산 속 어디든 전원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오늘 참 전원마을 많이 구경한다. 자리 잡은 지 꽤나 된 듯한 마을부터 이제 갓 조성되기 시작하는 동네까지 각양각색이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그런 길을 몇 개를 넘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와우정사 앞 곱든고개를 넘는다.  원래는 '곱등'이었는데,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곱든'으로 바꾼 모양이다. 고개 넘어 내려선 길에서 밴쿠버 빌리지로 내려서니 동네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의 강한 거부감이 느껴진다. 앞서 간 사람들 말이 자전거가 못다니게 길을 막던지 해야겠다고 내뱉았다고 하는데, 참으로 어이없다. 길이란 게 뭔지를 알기는 할까. 그 길이 나만의 은밀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전원마을에 살게 아니라 깊은 산 속 계곡 끄트머리에 살면서 집에서 한 2, 3백 미터 떨어진 곳에 대문을 만들고 걸어잠글 일이다.  


용담저수지를 따라 가는 길은 지도에도 안 보이는데 이 길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바짝 말라 붙은 저수지는 가운데로 한참을 들어가서야 좌대가 설치될 정도이고 갈라진 저수지 바닥을 보자니 가뭄이 심하긴 심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논에는 갓 모내기를 바친 모들이 물 속에서 머리끝만 살짝 드러낸채 물놀이를 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물이 다 어디서 왔나 싶다.


지산리조트 앞은 썰렁하다. 겨울 한철 장사를 위한 건물임을 알 수 있는 상호들. 무슨 무슨 스키. 한여름으로 들어서는마당에 전혀 쓸모없는 용도이니 문을 닫고 철시를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 건물들이 폐가처럼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자니 어색하다. 저수지 우측으로 이어진 길은 포장공사가 한참이다. 아마도 저 아래 공룡수목원과 이어지는 길이 만들어질 모양이다. 비포장의 달랑고개를 넘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모양이다. 




얼음박골로 넘어가는 길은 자전거는 우리 일행이 처음인듯. 이런 길이 있는 것조차도 알 수 없는, 위성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길이다.  


단내성지에서 물을 보충하고 잠시 쉬어간다. 스피커로 조용히 들려오는 성가에 차분하니 몸과 마음이 한참을 쉰 듯하다.


호법면사무소로 넘어가기 위해 임도로 들어선다.  입구는 잣나무가 좌우로 크게 솟아 있어 바닥은 잣잎이 잔디처럼 깔려있다. 최근 바람이 센 탓에 떨어졌는지 푸른 잣 열매가 몇 보인다. 경사가 점점 세지더니 이내 정상에 오른다. 원래는 임도로 갈 계획있다고 하는데, 임도는 보이지 않고 능선을 따라 난 등산로는 곱디고운 비단길이다. 한 번 나무 뿌리가 드러난 급경사를 제외하고는 길 전체가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싱글길로 이어진다. 그렇게 오늘의 마지막 선물을 즐기고 면사무소로 내려서면서 사실상 오늘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복하천을 따라 이천역에 도착하니 6시가 넘었다. 늦은 시간이라 이매역에서 자전거로 복귀하는 걸 포기하고 전철로 돌아와 홀쭉해진 배를 고기로 채운다. 그 옆에서 붉은 와인이 풍미를 더해주니 혼자 세상을 다 가진듯 저녁을 즐기다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든다.  이 순간을 위해 자전거를 타는 건지도 모르겠다. 피곤으로 나른해 진 몸에게 주는 선물이다. 선물인지 독인지는 사실 애매하기는 하다만.




 


Posted by LateButNotTooLateTo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