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령, 마구령으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종지부를 찍는다.
봉화로 출발하기 전에 변하지 않는 일기예보에 5일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고 떠난 길이다. 지난 이틀 간의 임도 경험으로 이 곳 임도의 분위기는 십분 느꼈으니 하나쯤은 남겨둬야 다음에 또 오지 않을까 위안을 삼는다.
이틀간 차박으로 불편하던 잠자리가 모텔에서는 편할 줄 알았더니, 냉장고 모터 소리에, 옆방이고 윗방이고 문 닫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는 마찬가지고 오히려 더 피곤하다.
방에서 인스턴트 쌀국수와 햇반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부석사 방향으로 나오니 하늘을 청명하고 공기는 시원하다.
부석사 앞으로 오는 길은 공사판이어서 혹시나 시간이 나도 들러는 걸 생략하기로 하고, 콩세계과학관으로 내려간다. 주차장은 옆의 사과전시관과 함께 공간이 넓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고치령을 넘기 위해 단산리로 가는 길은 내리막 구간이다. 그래도 고장난 휠 허브 탓에 페달링을 하지 않으면 금방 속도가 떨어진다.
단산저수지를 지나니 소백산국립공원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한다. 고치령으로 가는 길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다 포장이 되어 있어 운치는 줄어들지만 오르기는 편하다. 옆으로 계곡 흐르는 소리를 친구 삼아 4 km 정도를 올라가니 고고치령 정상을 비포장이다.
이 곳 산령각은 단종과 금성대군을 모시는 곳이라고 하니, 가지고 간 행동식 몇 개를 꺼내서 성황당 앞에 잠시 뒀다가 먹으며 첫 휴식을 가진다.
소나무도 많지만 낙엽송도 제법 많이 보이는 것이 가을에 오면 장관이지 싶다. 길 이름도 영단로이고 올라오는 길의 가로수는 홍단풍나무가 심어져 있어 가을 그림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내려서면 어느 순간 영주에서 상주로 경계가 바뀐다. 뜨거운 햇살 아래 도로를 따라 가는 길은 힘겹다. 주막거리에서 길이 90도로 꺽으면서 하늘을 향하면 마구령 가는 길이다. 잔뜩 긴장하고 올랐는데 고치령보다 수월하다. 부석에서 올라왔으면 다른 상황이지만. 업이 짧고 다운이 긴 방향을 잡으로 고치령, 마구령으로 시계방향으로 돌게 된다.
마구령에 도착하고 보니 11시도 안 되었다. 사실상 도로만 타는 꼴이 되어 오전 중에 마무리하게 된다. 콩세계과학관으로 돌아 오는 길은 도로를 벗어나 마을길로 들어가니 사과 과수원이 펼쳐진다. 길이 좋아 단산까지 갈 뻔할 걸 지도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풍기에서 '짜장' 간판이 보여 시장기가 발동해서 꼽배기를 시키니 얼굴이 빠질 만한 큼지막한 그릇에 정말로 두 배 양의 짜장면이 나온다. 가격은 보통 3천원, 꼽배기 4천원. 카드를 드리밀 수가 없어 현금으로 계산하고 나선다. 나중에 이런 동네에서 살면 매일 한끼는 외식해도 되겠다.
영동고속도로는 동쪽으로 엄청나게 밀린다. 평일인데 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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